하반신이 마비된 영국 여성 클레어 로마스 씨(사진)가 8일 런던마라톤 42.195km를 16일에 걸쳐 완주했다.

5년 전 말을 타다가 떨어져 척추와 목을 심하게 다쳐 하반신을 못 쓰게 된 로마스 씨는 생체공학 장비인 ‘리워크’의 도움으로 마라톤에 도전하게 됐다. 이 장비는 다리에 붙이는 보행 보조기로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이 일어서서 걷는 것을 도와준다.

로마스 씨는 컴퓨터 시스템과 배터리가 든 배낭을 메고 양손에 지팡이를 짚은 채 보행 보조기를 붙인 두 다리로 하루 1.6∼4km를 걸었다. 때로는 넘어지고 한걸음을 떼기가 고통스러워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녀는 결승점을 지나자 해냈다는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녀가 걸음을 뗄 때마다 하반신 마비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는 자선단체에 기금이 쌓였다. 모금된 금액은 총 9만 파운드(약 1억6600만 원).

로마스 씨는 ‘당일 도착한 선수에 한해 완주 메달을 수여한다’는 런던마라톤 조직위원회의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메달은 받지 못했지만 그의 노력에 감동한 마라톤 완주자 10명이 자신이 받은 메달을 내놓아 로마스 씨에게 걸어줬다.

 

▶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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