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이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가혹하게 죽임)한 ‘홀로코스트’를 세계에 고발하는 데는 영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 문화예술작품의 역할이 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15세 관람 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전체 관람 가) 등이 나치의 잔혹한 범죄를 인류의 가슴에 남는 메시지로 영상화했다.
제41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이 2일 나흘간의 전시를 마무리했다. ‘지지 않는 꽃’으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에 한국의 만화가 19명이 만화와 애니메이션 25편을 선보였다. 2만 명 가까운 관람객 중에는 여성 인권을 참혹하게 유린(남의 인권을 짓밟음)한 일본의 전쟁범죄를 처음 알고 충격을 받은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은 집요한 방해공작을 폈다. 일본 만화계는 위안부가 강제연행(강제로 끌려감)된 것이 아니라고 왜곡하는 작품을 내놨으나 주최 측은 “극단적인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일본 부스를 철거(없앰)했다. 일본은 위안부 피해자의 존재를 부인하는 문건을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만들어 행사장에 뿌렸다. 이런 발뺌과 억지로 역사적 사실을 덮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착각이다.
한국은 일본의 전쟁 범죄를 알리는 데 문화예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명성황후 시해(죽임)를 소재로 한 뮤지컬 ‘명성황후’가 영국의 런던과 미국의 뉴욕에서 공연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反)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는 일본을 영화와 뮤지컬 음악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인에게 고발한다면 더 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화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크다.
동아일보 2월 3일자 사설
정리=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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