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국제공인모금전문가 김현수 씨를 만나다
‘모금에도 공인된 전문가가 있다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Certified Fund Raising Executive)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카이스트(KAIST) 발전재단의 김현수 씨(37).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의 대학이 되는데 필요한 지원금을 사회 여기저기로부터 모금하는 일을 하는 그는 최근 국제공인모금전문가위원회로부터 국제공인모금전문가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홍콩(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여러 합격자가 나왔지만 한국인으로서는 김 씨가 최초라는 e메일도 함께 받았다.
국제적으로 인증된 모금 전문가인 CFRE는 세계에 5322명뿐. 연세대 행정학과와 서울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한 김 씨가 어떻게 국제공인모금전문가가 되었을까? 모금전문가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동아어린이기자가 출동! 김소연 양(경기 수원시 수원한일초 6)과 유종인 군(서울 강북구 수송초 6)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최근 김 씨를 만났다.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어”
고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는 김 씨에게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돼라’고 늘 일렀다. 의료 봉사활동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슈바이처 박사를 가장 존경하는 김 씨는 초등생 시절부터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전문 분야를 가지고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기 위해 김 씨는 미국 회계사 시험을 준비해 2003년 합격했다. 하지만 2006년 우연한 계기로 카이스트 발전재단에서 모금을 담당하게 된 김 씨는 이 일에 금세 빠져버렸다. 기부자가 자신의 돈을 기부하면서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는 ‘모금전문가야말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낀 것.
“왜 모금하는 일에 전문가가 필요한가요?” 두 학생이 물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금’하면 기부하는 것만 떠올리지요. 하지만 모금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에요. 모금전문가는 기부와 관련된 복잡한 법과 세금제도를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해요. 또 모금 활동을 널리 알리고 기부자와 계속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마케팅(제품을 알리는 일)과 커뮤니케이션(상대와 소통하는 일)에 대해서도 이론과 지식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지요. 무엇보다도 기부자를 배려하는 겸손한 자세가 꼭 필요한 일이랍니다.”(김 씨)
모금하고 싶다면 이런 방법으로!
“모금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나요?”(소연)
김 씨는 투병 중인 한 친구를 위해 모금하는 일을 가정해 설명했다.
“우선 투병 중인 친구가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친구의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좋은 뜻에서 시작한 모금이 오히려 친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지요.”(김 씨)
투병 중인 친구가 도움을 원한다는 것이 확인되면 모금활동에 참여할 친구들을 모은다. 친구들과 함께 모금을 할 구체적인 방법을 정한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이나 부모님, 이웃과 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다. 그런 다음 이 모금행위를 사람들에게 널리 알릴 방법을 정한 뒤 모금활동을 실천한다.
“기부를 요청하다가 거절을 당하면 속상할 것 같아요.”(종인)
김 씨는 “거절당해도 실망해서는 안 된다”며 웃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모금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당한 누군가를 위하는 ‘좋은 뜻’에서 하는 일이 모금이기에 당당하게 설명하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일 하나라도 친구에게 부탁하려고 하면 떨리지요? 누구나 그래요. 하지만 사회에는 도움을 주고받지 않는 일이 하나도 없답니다. 꼭 모금전문가가 되지 않더라도 뭔가를 남에게 설득력 있게 요청을 하고 또 도움을 받는 훈련을 한다면 이것도 훌륭한 능력이 될 거에요.”(김 씨)
▶글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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