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여수 멸치는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건강식품” “성인병 예방에 좋은 매생이는 알긴산(몸 속 나쁜 물질을 배출하는 식이섬유)이 풍부해 몸 속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며…”

이런 설명만 들으면 콜레스테롤은 먹어선 안 되는 나쁜 지방 같다. 콜레스테롤에 악당의 이미지가 씌워진 것은 1961년 미국심장협회가 ‘콜레스테롤이 심장질환을 비롯한 성인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공식 경고하면서부터였다.

지난해 말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가 “음식을 통한 콜레스테롤 섭취가 피 속의 콜레스테롤 농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미국 일간신문 워싱턴포스트지 보도가 나왔다. 미국인의 아침식사에선 달걀이 빠지지 않는데 여기에 새우와 가재까지 먹어도 피 속의 콜레스테롤이 높아지거나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이 결정을 받아들여 ‘미국인 식생활 지침’을 바꾸면 콜레스테롤은 54년 만에 나쁜 물질이라는 오명(더러워진 명예)을 벗게 된다.

사카린(단맛이 강하고 칼로리가 적어 설탕 대신 이용됨)이나 MSG(인공조미료의 주요재료) 같은 식품첨가물도 오랫동안 몸에 해롭다는 논란에 시달렸다. 설탕보다 당도가 300배나 높고 가격도 저렴한 사카린은 발암물질(암을 일으키는 물질)이란 ㉠낙인(불명예스러운 평판)이 찍히면서 한동안 먹지 말아야 하는 식품이 되었다.

그러다 사카린이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며 199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안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카린을 잘못된 식품규제의 사례로 들 정도다. 감칠맛을 내는 합성조미료 MSG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믿지 아니함)은 여전하지만 학계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중에 콜레스테롤도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 대표적 식품이 달걀노른자다. 노른자에는 개당 200mg의 콜레스테롤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미국 식생활 권장량 ‘하루 300mg 이하’의 3분의 2 수준이다. 100g으로 바꿔 계산하면 1300mg이나 돼 소 곱창(190mg)이나 명란젓(350mg)보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

콜레스테롤이 누명(억울한 평판)을 벗으면 달걀 소비부터 늘어날 것 같다. 물론 당뇨병 등 특정 환자는 여전히 피하는 게 좋지만.

동아일보 2월 13일자 정성희 논설위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