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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영화 하나가 스크린 거의 100% 독점… 너무 한 것 아닌가
  • 전선규 기자
  • 2024-05-12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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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 무인단말기에 ‘범죄도시4’ 티켓 예매 안내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1] 여러 영화를 상영해야 정상인 멀티(여러개를 의미함)플렉스 극장이 또다시 ‘모노(하나를 의미함)플렉스’가 됐어요. 요즘 영화관에 가면 주야장천(밤낮 쉬지 않고 연달아) ‘범죄도시4’만 나와요. 다른 영화들은 오전에만 반짝 상영하는 탓에 사실상 조조영화(이른 오전에 영화관에서 첫 회로 상영하는 영화)가 됐고, 저녁 시간대 등은 거의 100%가 ‘범죄도시4’예요. 이 영화의 상영점유율(영화 상영관을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달 24일 개봉 뒤 80%를 넘었고, 이달 들어서도 70% 안팎이에요. 전국에 스크린이 3000개쯤 되는데, 5일에만 2778개 상영관이 이 영화를 1만5002회 틀었어요. 스크린을 도배(특정한 것으로 가득 채움)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지요.


[2]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화계에서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라는 성토(여러 사람이 모여 잘못을 나무람)가 나와요.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범죄도시4’의 상영관 독점(혼자서 모두 차지함)이 어느 정도인지가 뚜렷이 드러나요. 스크린 독과점(독점과 몇몇 기업이 상품 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과점을 아울러 이르는 말)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2017년 영화 ‘군함도’의 상영점유율이 50%대 중반이었어요. 1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명량’(2014년)의 점유율은 40%대였고, 최근 1000만 영화인 ‘파묘’도 50%대였지요. [   ㉠ ​  ] ‘범죄도시4’의 스크린 독점은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뛰어넘는 수준.


[3] 극장으로선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항변(대항하여 변론함)도 할 수 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관들은 막대한 적자(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생기는 결손액)를 봤어요. 부채(남에게 진 빚) 비율이 치솟았고, 국내 3대 멀티플렉스 중 2곳이 한때 사실상 자본잠식(적자가 늘어나 기업의 자기 자본이 점차 줄어듦) 직전에 이르기도 했지요. 계열사(어느 한 기업 집단에 속해 있는 회사)의 자금 등으로 겨우 버틴 극장들은 재정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줄줄이 지방 상영관의 문을 닫는 실정이에요. 이런 가운데 ‘범죄도시4’는 ‘서울의 봄’(2023년), ‘파묘’에 이은 구세주(괴로움이나 곤경에서 구해주는 사람) 격. 특히 비성수기(상품이나 서비스의 수요가 많지 않은 시기)로 여겨지는 4, 5월의 흥행 성공은 가뭄의 단비(꼭 필요할 때 적당하게 내리는 비)와 같을 것이지요.


[4] ‘범죄도시4’를 제외하고 당장 크게 눈에 띄는 영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는 역으로 다양성 부족이라는 한국 영화계의 구조적 문제가 극심해졌음을 드러내요.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우리 영화는 이 영화와 파묘뿐. ‘1000만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이 현실화한 것이지요.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이런 영화에서 제작진이 새로운 시도나 모험을 하기 쉽지 않아요. 2021년 30%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68%까지 반등(떨어지다가 오름)한 한국 영화 점유율이 불안한 이유지요.


[5]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관객 300만∼400만 명을 목표로 하는 ‘중박 영화’나 독립영화도 관객을 만날 기회가 있어야 해요. 그래야 제2의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나올 수 있어요. ‘범죄도시4’를 보고 ‘마동석표 액션은 볼만하지만 되풀이되다 보니 슬슬 지루해진다’는 관객이 적지 않아요. 이는 곧 한국 영화가 처한 현실이기도 할 것이에요. 프랑스처럼 특정 영화에 일정 비율 이상 스크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논의해볼 시기가 가까워 오고 있어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5월 8일 자 조종엽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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