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 엘사 어린시절, 내 손에서 나왔어요”
김상진 애니메이터(가운데)를 만난 동아어린이기자인 경북 김천부곡초 5학년 이도형 군(오른쪽)과 전남 오룡초 5학년 강세희 양 |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속 주인공 자매인 안나와 엘사의 어린시절 캐릭터를 디자인한 주인공은? 바로 미국 월트디즈니 애니메이터인 한국인 김상진 씨(55)다.
월트디즈니 신작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2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김 씨가 한국을 찾았다. 김 씨를 만나기 위해 출동한 동아어린이기자는 경북 김천시 김천부곡초 5학년 이도형 군과 전남 무안군 오룡초 5학년 강세희 양.
빅 히어로는 도시가 파괴될 위험에 처하자 주인공 ‘히로’가 의료용 로봇 ‘베이맥스’를 전투용으로 개조해 악당에 맞선다는 흥미진진한 내용이다. 두 어린이기자는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빅 히어로를 관람한 뒤 1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김 씨를 만났다.
‘빅 히어로’의 주인공 ‘히로’(위)와 로봇 ‘베이맥스’. 소니픽쳐스릴리징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색맹에도 꿈 포기하지 않아
이 군은 먼저 “애니메이터란 어떤 직업인가요”라고 물었다.
“애니메이터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캐릭터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지요.”(김 씨)
특히 김 씨는 빅 히어로에서 종이에 그린 캐릭터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옮겨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총 감독하는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강 양이 “월트디즈니 입사과정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김 씨는 고교 시절 적록색맹(빨간색과 파란색이 무색 또는 황색으로 보이는 것) 판정을 받아 그림에 대한 꿈을 접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졸업 후 우리나라 만화영화 제작사에 들어가 둘리, 스머프 제작에 참여하고 캐나다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수년간 실력을 쌓았다. 그러던 중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았다. 위기는 곧 기회였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월트디즈니에 입사해보자”고 마음먹은 것. 김 씨는 그동안 작업했던 작품들 중 자신 있는 작품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디즈니에 제출했고 합격했다.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주인공 ‘히로’와 친구들.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캐릭터 만드는데 무려 ‘1년’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느냐”는 이 군의 질문에 김 씨는 빅 히어로에 등장하는 로봇 베이맥스를 가리키며 “이 캐릭터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을 것 같아요?”라고 되물었다. “한 달 정도 걸렸을 것 같다”는 이 군의 대답에 “1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의 핵심 주인공들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1년 넘게 수 천장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어떻게 하면 엘사와 안나처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디자인할 수 있을까? 김 씨는 “그 캐릭터의 이미지와 맞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특징을 담는다”며 “캐릭터마다 개성을 담으면서도 관객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캐릭터 디자이너의 임무”라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어린 엘사(왼쪽)와 안나.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는 주변에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이미지가 캐릭터와 비슷한 인물을 떠올리며 그린다. 특히 엘사와 안나의 어린시절 캐릭터를 디자인 할 때는 딸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리며 작업했다고. 그러나 빅 히어로에 나오는 13세 천재 로봇공학자 ‘히로’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는 그 나이 또래의 아는 남학생이 없었다. 결국 딸에게 히로와 이미지가 비슷한 또래의 남학생을 소개받아 그 학생의 외모와 특징을 참고해 디자인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초등생들에게 말했다.
“많이 보고, 많이 읽고, 많이 경험하세요. 애니메이션은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기에 많은 경험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된답니다.”
▶글 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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