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로축구 멘체스터 시티 축구선수 세리히오 아게로(왼쪽)는 브라질 여자 축구 선수 마르타와 함께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 바나나 먹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세리히오 아게로 트위터 캡처 |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같은 반 여학생의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우리 ○○이가 사정이 있어서 소풍을 못 가게 됐는데 너도 우리 집에서 바나나 먹으면서 함께 놀면 안 되겠니?” 즐거운 소풍과 맛있는 바나나 사이에서 고르라니! 삶이란 선택임을 그때 깨달았다. 유혹을 이겨내고 소풍을 갔을 때 머릿속에선 바나나가 떠올랐다. 수입 과일이 흔하던 시절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유치원에서 운영하는 ‘톱 바나나(Top Banana)’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학습 활동에 적극적인 모범 어린이를 선정해 한 주일 동안 교실 벽면을 아이의 그림, 사진 등으로 특별히 꾸며준다. 어린이들의 동기 부여에 매우 좋다. 톱 바나나는 주인공이나 조직의 리더 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와 달리 미국 사회에 꽤 적응했지만 모국(자기가 태어난 나라)의 정체성을 잃은 아시아계를 미국인들이 ‘바나나’라고 부르는 건 다분히 피부색을 염두에 둔 말이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얗다는 표현이 유쾌할 리 없다.
바나나는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도구로 자주 쓰인다. 유럽과 러시아 등에선 축구 경기 때 관중이 유색인종 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거나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내며 야유(남을 빈정거리며 놀림)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저급한 인종차별이다. 영국에 진출한 기성용 선수도 2010년 11월 스코틀랜드에서 상대팀 일부 응원단에게 ㉠을 당한 적이 있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팀의 다니 아우베스 선수가 관중석에서 날아온 바나나를 태연하게 주워 먹고 경기를 계속하자 세계 곳곳에서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같은 브라질 출신인 네이마르 등 동료선수, 모델, 정치인 등이 잇달아 “우리는 모두 원숭이다”라는 글과 바나나를 먹는 인증 샷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그의 편에 섰다. 바나나를 던진 이는 평생 홈구장 입장을 금지 당했으니 개념 없는 ㉠로 바나나 껍질에 미끄러지듯 망신만 당한 셈이다.
동아일보 5월 1일자 한기흥 논설위원 칼럼
정리=이영신 기자 lys@donga.com
▼ 사설 읽고 생각하기 ▼
1. 다음은 ㉠에 대한 설명을 읽고 ㉠에 들어갈 적절한 단어를 써 보세요.
<사람들을 여러 인종으로 나누고, 특정 인종에 대하여 불이익을 주는 것>
2. 다음 중 바나나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세요.
① 미국의 유치원에서 ‘톱 바나나’는 주인공이나 조직의 리더 등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② 미국 사회에 꽤 적응했지만 모국의 정체성을 잃은 아시아계 사람을 미국인들은 ‘바나나’라고 부른다.
③ 바나나는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도구로 자주 쓰인다.
④ 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축구 경기 때 관중이 유색인종 선수에게 바나나를 던지는 것은 응원의 한 방법이다.
3. 다음 글을 읽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응원의 편지를 써 봅시다.
※정답 1. 인종차별 2.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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