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완봉승(투수가 한 경기를 9회까지 모두 던졌을 때 상대팀에게 1점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한 것)을 거두는 등 큰 활약을 펼치는 LA 다저스의 투수 류현진(26·사진)의 독특한 ‘루틴(routine)’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루틴’은 ‘규칙적으로 하는 일’ 혹은 ‘일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단어. 스포츠에서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선수들이 일관성 있게 반복하는 습관 또는 절차’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루틴은 좋은 기량을 보이기 위해 하는 ‘합리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징크스’와는 다르다. 징크스는 ‘코를 두 번 만져야 홈런을 칠 수 있다’는 믿음처럼 합리적 근거가 없는 미신적인 믿음을 뜻한다.

 

류현진의 루틴은 대부분의 투수가 경기 이틀 전부터 하는 연습 피칭(투수가 공을 던지는 일)을 거르는 것.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의 이런 루틴에 대해 걱정했지만, 류현진은 자신의 팔꿈치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을 고집했고 결국 좋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기보배 선수가 극적으로 우승했던 장면을 기억하나요? 기 선수는 단 한 발의 슛오프(사격이나 양궁 경기에서 여러 선수의 성적이 동점으로 끝났을 때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추가로 한 발씩 쏘는 것) 끝에 8점을 맞춰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지요.

 

기 선수가 당시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특별한 ‘루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는 ‘△내 자세를 믿고 쏘자 △빨리 들어와서 뒷손 깊숙이 붙인 후 △왼쪽어깨 10점 방향으로 △탄력 있고 경쾌하게 쏘기’라고 자기 스스로에게 하는 암시가 적힌 쪽지를 가지고 다닙니다. 이 루틴은 항상 기 선수의 머릿속에 외워져있으며 경기 중에는 자동적으로 이대로 움직이게 된다고 하네요.

 

유명 스포츠 스타 대부분은 루틴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데요. 특이하게도 이에 해당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고 하네요. 바로 김연아 선수. 특별한 루틴 없이도 수만 명의 관중 앞에서 멋진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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