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꽁꽁 얼어버릴 것 같은 추운 겨울은 얼음의 계절이다. ‘부곡하와이 얼음나라 얼음조각축제’(경남 창녕군) ‘칠갑산 얼음분수축제’(충남 청양군)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강원 화천군) 등 전국에서 얼음을 활용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얼음조각을 만드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얼음조각 전시관인 아이스갤러리(서울 종로구)의 관장이자 26년 동안 얼음을 조각한 이원택 얼음조각가를 최근 어린이동아 애독자인 김종수 군(충북 청원군 각리초 6)과 이현빈 군(경기 안산시 신길초 2)이 만났다.

 

건축가를 꿈꾸면서 실내 장식으로서의 얼음조각에 관심이 많은 김 군과 얼음으로 만든 미끄럼틀을 타고 싶다는 이 군. 두 친구는 영하 5도의 아이스갤러리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시원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호텔 조리사, 얼음 조각가 되다

 

얼음을 조각하는 이원택 얼음조각가

먼저 이 군이 “초등생 때도 얼음조각가가 꿈이었나요?”하고 물었다. 이 관장은 “초등생 때 꿈은 요리사였다”고 답했다.

 

이 관장은 실제로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뒤 1988년 호텔 조리사가 됐다. 당시 이 관장이 속한 조리부에서는 연회장에 내놓는 음식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장식하는 얼음조각을 만들었다. 이때 이 관장은 처음으로 얼음을 조각하게 됐다.

 

“저는 누가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어요. 매일 정해진 메뉴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 조리사 일과 달리 얼음을 조각할 때는 누구의 지시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 맘대로 만든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죠.”(이 관장)

 

조각칼을 사용해 대담하게 얼음을 깎아내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형상으로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얼음조각의 매력에 푹 빠진 이 관장. 그는 조리사를 시작한지 7개월여 만에 본격적으로 얼음조각가로 나섰다.

 

얼음으로 숭례문을 만들다

 

얼음조각을 완성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얼음조각에 사용되는 얼음 한 장의 크기는 높이 1m, 가로 50cm, 두께 25cm. 무게 140㎏의 얼음 한 장을 조각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얼음을 조각하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얼음 위에 밑그림을 그린 뒤 전기톱으로 큰 덩어리를 잘라낸다. 그 뒤 큰 조각칼부터 작은 조각칼까지 4∼5개를 사용해 얼음을 깎아내면서 작품을 완성하는 것.

 

“지금까지 만든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라는 김 군의 질문에 이 관장은 2009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09 얼음조각축제’에서 만든 가로 17m, 세로 6.7m 크기의 숭례문 얼음조각을 꼽았다.

 

‘얼음으로 다시 태어난 숭례문’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이 관장이 만든 작품 가운데 가장 큰 크기. 크레인에 몸을 매단 채 일주일 내내 작업했다.

특히 2008년 2월 숭례문 방화(일부러 불을 지름) 사건으로 속상해 했던 국민들이 이 관장의 작품을 보면서 숭례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멋지다”고 칭찬해줄 때 보람을 느꼈다고.

 

얼음조각은 추위와의 싸움

 

겨울축제가 시작되면 얼음조각가는 야외에서 일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관장은 “추운 곳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야외 축제에서 얼음을 조각할 때는 추위 때문에 복면까지 쓰고 눈만 내놓은 채 작업했지만, 영하 25도의 기온에서 일하다 보면 손과 발, 귀가 자주 동상에 걸린다고.

이 관장은 얼음조각가가 되고 싶어 하는 초등생들에게 “얼음조각가가 되려면 추위를 잘 견뎌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얼음 미끄럼틀, 얼음 교실, 얼음 초가집 등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밑그림을 그리고 지우개, 비누, 스티로폼 등 다양한 재료로 조각하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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