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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콩, 세계인의 식품·친환경 산업소재로 변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24-01-31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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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의 신박한 농업이야기: 우리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콩


농촌진흥청 제공​


농촌진흥청 제공​

콩은 우리가 먹는 곡식 중 유일하게 한반도가 고향인 작물이다. 작물의 발상지를 추정하는 지표인 야생종 콩은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 가장 많이 분포한다. 현재도 콩은 다양한 야생종이 존재한다. 한반도와 만주를 중심으로 재배되던 콩은 18세기 서양에 전파됐으며, 특히 미국에 도입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부족한 영양분을 콩에서 찾아 보충했다. 콩이 등장하는 우리 속담만 해도 어림잡아 60개가 넘을 정도로 콩은 우리 민족과 가까이 하며 삶과 문화에 깃들었다.


갖가지 콩의 이름에도 우리 문화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예컨대 부석태, 장단콩 등은 지명이 들어간 이름이다. 부석태는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 장단콩은 경기 파주시 장단면에서 재배된 콩이다. 파종기나 재배 시기에 따라 올콩, 서리태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올콩은 생육 일수가 짧아 일찍 여무는 콩을 뜻하고, 서리태는 10월경 서리를 맞은 후에 수확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껍질 무늬와 모양에 따라 오리알태, 쥐눈이콩, 수박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한반도에서 자고 나란 콩은 우리 민족과 오래 세월을 함께 하며 우리의 문화와 의식 속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청동기 유적지에서 탄화콩 출토


단백질 함유량이 높은 콩은 흔히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불린다. 실제 콩에 들어 있는 영양성분은 소고기보다도 월등히 높다. 지상에 존재하는 어느 작물보다 영양성분이 뛰어난 작물이 바로 콩이고, 비료를 적게 주어도 잘 자라는 친환경 작물로도 꼽힌다.


콩은 약 3000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동기 시대를 전후로 다수의 유적지에서 탄화콩이 출토됐는데, 이는 당시에도 콩을 식량으로 사용했음을 입증하는 자료.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우리 고유의 재래종 콩을 8000점 이상 보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48년 농지개혁법을 비롯한 각종 제도를 정비했다. 정부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농산물을 적극 도입하는 한편 흙이나 작물을 가꾸는 방법을 개선하고 좋은 종자 만들기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했다. 1960년대 ‘장단백목’ 등 우량한 재래종을 장려품종으로 지정해 보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1969년에는 국내 최초로 인공교배를 통해 육성된 ‘광교’를 개발해 보급했다. 1970년대에는 수량 증대를 주목표로 국내 농업연구기관과 국제 연구기관 사이에 협력과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덕분에 1970년대 콩 자급률은 100%에 근접했다.


교잡육종 초기, 장류용 품종 육성 중심으로 진행되던 육종 프로그램은 1980년대 장류용, 나물용, 풋콩용과 같이 용도를 세분화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황금콩’은 종자의 크기가 크고 품질이 우수해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었으며, 기계화 적응 품종을 목표로 쓰러짐에 강하면서도 비교적 키가 큰 ‘무한콩’과 ‘장수콩’ 등이 개발됐다. 또 생산량이 많으며 키가 작고 쓰러짐에 강한 ‘팔달콩’과 ‘은하콩’ 등이 육성됐다.


우리 콩은 지금도 변신 중


1990년대 이후 농업 개방과 동시에 국산콩과 수입 콩 차별화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이에 따라 콩 육종가들은 품질 고급화에 주력해 용도별로 다양한 콩 품종을 개발했다. 이중 종자 품질이 우수하고 탈립에 강한 ‘대원콩’은 1997년 개발 직후부터 ‘황금콩’을 대체했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된다. 2002년 개발된 ‘대풍’은 수량을 획기적으로 높여 ‘대한민국 우수품종상’에서 대통령상에 선정됐다. 이밖에도 단백질 함량이 높고 두부가 많이 만들어지는 ‘새단백’, 검정콩 중 최초로 껍질 안이 녹색인 ‘청자콩’, 비린내가 나지 않는 ‘진품콩’ 등이 개발됐다. 특히 ‘신화’는 콩에서 최초로 분자육종기술을 이용해 육성된 품종이다.


2010년 이후 농촌진흥청은 콩 품종 개발과 보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대풍콩 보급에 힘썼다. 대풍콩은 키가 작고 쓰러짐이 적으며 불마름병과 자주빛무늬병 등에도 강한 품종으로, 우리 풍토에 적합하다. 콩 꼬투리가 잘 튀지 않아 농민들이 수확 시기를 조절하기 편리한 것도 장점.


2020년에는 ‘에스셀원(SCEL-1)’ 품종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 에스셀원은 기존의 검정콩이나 쥐눈이콩에 비해 항산화 관련 기능성 성분이 훨씬 많으며 피부 주름 및 염증 개선 효과도 우수했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과 기능성 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해 우수한 품종을 개발한 것이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콩 재배면적은 6만3956헥타르, 생산량은 약 13만 톤으로 최근 정부의 정책지원에 따라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한편 국내 콩 재배면적 중 장류와 두부용 콩이 85%, 나물용과 검정콩 등 기타 기능성 콩이 각각 10%와 5%를 차지한다.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콩


현재 우리나라의 콩 식량자급률은 약 30%에 불과하다. 즉 국내에서 먹는 콩의 70% 이상이 수입산이라는 것이다. 콩의 고향은 한반도이지만 현재 세계 제일의 콩 산업 강국은 미국이다.


콩의 가치를 일찍이 알았던 미국은 1929년 콩을 중심으로 한 농업 유전자원 수집을 위해 ‘동양 식물 탐험 원정대’를 파견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3400여 점의 콩 유전자원을 수집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원정대의 보고서에는 ‘조선에서 모은 자료와 사진만으로도 훌륭한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라는 기록이 존재한다. 1920∼1940년대 미국은 콩 증산정책으로 콩 생산과 소비를 늘렸고, 콩은 남미로 전파되면서 세계적 작물로 발돋움했다.


콩은 다양한 문화권에서 음식으로 개발됐다. 베이크드빈(baked bean)은 미국과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며, 프랑스의 까슐레는 세계 최초의 콩 요리로 알려진다. 일본에선 미소, 낫토 등의 음식으로, 동남아 인도네시아에선 템페 등의 전통 식품 원료로 정착했다.


발전하는 육종기술… 소비자 선택 폭도 확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전쟁 등으로 식량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는 벼를 대체할 전략작물로 콩을 지정해 재배면적과 생산량을 확대하고자 노력 중이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이러한 국가 정책에 발맞춰 생산성이 우수한 콩 품종의 개발과 보급에 힘쓴다. 기존 품종인 ‘대원콩’에 비해 논에서 잘 재배되고 잘 쓰러지지 않으며 기계수확이 쉬운 ‘선풍’과 ‘대찬’을 확대보급하고 있다. 또 생육기간이 짧아 밀 등 동계작물과 이모작하기 좋은 ‘선유2호’를 개발해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공업체와 협력해 가공성이 우수한 품종 개발을 위해 노력한 결과 순두부 가공성이 우수한 ‘다드림’, 콩나물 특성이 우수한 ‘신바람’ 등을 개발했다. 또한 나물용 콩 주산지인 제주에서 잘 적응해 기계수확이 가능한 ‘아람’을 개발해 보급했다. ‘아람’은 기존 ‘풍산나물콩’보다 키가 크고 잘 쓰러지지 않아 기계수확에 적합하다.


재래 검정콩을 개량한 ‘청자5호’는 일반콩 수준의 수량성과 기계화 특성을 바탕으로 검정콩 가공제품시장을 넓혀 나갔다. 최근 100% 검정콩 두유와 된장이 만들어지면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는 ‘청자5호’ 역시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추세. 아울러 단순 혼반용으로 사용되던 검정콩의 용도와 시장규모도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재배하기 까다로웠던 검정콩만으로 가공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육종방법 또한 진화했다. 일반적으로 품종을 만드는 데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최근 분자마커 도입과 환경 제어 시설을 통한 세대단축 기술(스피드브리딩) 등 신기술 도입을 통해 개발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발전하는 육종기술을 통해 수요자의 품종 선택의 폭은 점점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산업소재로도 기대


콩은 이미 미래 식량의 중심에 서 있는 작물이다. 대체식품, 첨단소재, 반려동물 사료, 친환경소재, 기후변화 대응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단순 먹거리를 넘어서 연료, 섬유, 잉크, 화장품 등 산업소재로서 콩 활용은 이미 시작됐다. 예컨대 콩 단백질로 만드는 콩 플라스틱은 탄성과 강도가 뛰어나 식품 포장용으로 적합하다. 흙 속에서 신속하게 분해되며 환경호르몬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콩 섬유는 단백질로 만든 친환경 천연 섬유 소재로, 실크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부드럽고 탄력성이 좋아 모든 의류에 적용이 가능하다. 콩 저장단백질을 이용해 의료용 단백질을 대체할 수도 있다.


과거와 미래를 모두 품은 콩의 전성기가 또 한 번 찾아오고 있다.


▶정리=공공정책부 양정원​

▶어린이동아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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