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눈높이 사설] 실수하면 뒤통수 오싹… 중년도 무서운 키오스크
  • 이선행 기자
  • 2023-09-05 11:00: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한 시민이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어서 오세요’ 대신 키오스크(무인 단말기)를 마주하면 움찔하게 된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아요. 디지털 문맹(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이르는 말) 여부를 판정해주는 심판관인 양 서 있는 키오스크 앞에서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해요. “아이스라테 톨 사이즈 샷 추가 테이크 아웃(포장)이요.” 점원 앞에선 3초면 끝날 한 문장을 위해 단계마다 ㉠씨름해야 합니다. 어르신이라면 나이 탓이라도 할 텐데, 솔직히 중년들 역시 키오스크가 조금은 두려워요.


키오스크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늘었어요. 최저임금(법에서 약속한, 일하는 사람에게 꼭 지급하기로 한 임금의 액수) 급등(갑자기 오름)에 따른 인건비(사람을 부리는 데에 드는 비용) 부담도 키오스크 보급이 빨라지는 데 한몫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18만9951대였던 국내 키오스크 운영 대수는 2022년 45만4741대로 늘었어요. 같은 기간 요식업(일정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음식을 파는 영업)에선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3년 만에 약 16배로 급증했습니다. 요즘엔 키오스크뿐 아니라 △자리에 앉아 태블릿PC로 주문하는 테이블 오더 △QR 결제 △테이블링(모바일을 이용한 원격 줄서기) 등 비대면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많이 접해 익숙해졌다지만 키오스크 기기마다 사용자환경(UI·컴퓨터 프로그램 등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든 매개체)이 표준화되지 않아 처음 가는 가게에선 여전히 부담이에요. 직원에게 물어볼 수 없어 메뉴 이름을 꿰고 있지 않으면 주문조차 안 됩니다. 낯선 이름에 주문을 포기했던 아이스크림 체인점의 ‘MSGR’이 알고 보니 미숫가루임을 알고는 허탈해져요. 디저트인지 기타 음료인지 가게가 설정한 분류 기준을 모르면 메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화면 속 그림과 글씨가 작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도 많아요. 시간을 끌다간 초기화(처음의 상태로 되돌아감)될 수도 있지요. 결국 뒤통수가 따가워 뒷사람에게 주문을 양보하게 돼요.


이런 당혹감이 연세 많은 어르신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보니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주문을 포기한 사람이 40대에선 17.3%였지만 50대는 50.5%로 확 올라갔습니다. 한 빅데이터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주문할 때 30대 이하는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비대면 방식을, 40대 이상은 직원을 통하는 대면 방식을 선호(특별히 좋아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키오스크를 비롯한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거부할 수 없는 물결(어떤 모양이나 현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에요. 다만 기술 발전의 목표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면, 자괴감(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해져야 합니다. △쉬운 말을 쓰고 △글씨 크기를 키우고 △화면 구성과 조작 방식을 단순화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해요. 어르신들도, 중년들도 한때는 ‘얼리어답터’였지요. 인공지능(AI) 등 숨 가쁜(몹시 빠른) 기술의 발전 앞에 지금의 젊은 세대도 버벅거릴(자꾸 틀리거나 머뭇거릴) 날이 머지않았어요.


동아일보 9월 1일 자 김재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한미약품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