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아버지의 자리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0-10-09 18:17: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아버지의 자리

“엄마, 오늘도 아빠는 늦게 들어오세요?” 나는 잠자리에 들기전에 어머니께 확인해 본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는 대답만 보내신다. 요즘 아버지를 본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졌다. 그게 다 의약분업 때문이다. 아무리 바쁘셔도 주말이나 저녁 시간은 우리들과 같이 보낸 적이 많았는데 이젠 그런 날이 없어져 버렸다.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이시다. 내가 항상 존경하고 좋아하는 아버지는 환자를 돌보실 때가 특히 최고로 보였다. 그런데 어쩌다가 뵙게 되는 아버지 얼굴은 피로만 잔뜩 묻어 있으니…. 지난번 TV로 의사들이 폐업하는 장면을 보았다. 또 환자들이 제때에 제대로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도 들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괜히 내 마음이 졸아들었다. 아버지 얼굴도 동시에 떠올랐다. “엄마, 아버지도 폐업하시는 거예요?” “아니, 아빠는 응급 환자를 돌보고 계셔. 그러니까 집에도 못 들어 오시지 않니.” “그런데 뉴스를 보면 의사들이 나쁜 것처럼 보도를 해서 속이 상해. 우리 아빠는 집에도 못 오시고 고생 하시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일요일도 한 시간 정도 같이 있다가 나가신 아버지, 그 짧은 시간에 아버지와 같이 있는 것만 해도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다. 몸이 아픈 환자들은 아버지를 보시면 나보다 더 좋아하겠지? 그 생각을 하면서 아버지와 같이 있지 못하는 섭섭함을 꾹 눌렀다. 나는 의약분업과 의사 폐업이라는 말 때문에 자랑스러운 아버지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요즘은 괜찮아졌다. 어머니의 설명에 따르면 의약분업이 계획이나 이론은 참 괜찮은 제도라고 하셨다. 그러나 뚜렷한 대책없이 무조건의 실시가 오늘의 문제를 불러왔다고 하셨다. “그동안 아빠와 아빠의 동료분들 마음 고생이 심하셨지. 환자를 떠난 의사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짐작이라도 가니? 빨리 모든 게 제 자리를 잡아야 할텐데….” 말끝을 흐리시는 어머니도 지쳐 보였다. 어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나는 의약분업문제가 빨리 해결되기를 빌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아버지는 옛날처럼 밝고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오실 것이다. 아버지는 협심증과 심장판막증으로 괴로워하는 환자들을 구해 주실 것이다. 주말이면 우리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이야기꽃도 피울 수 있겠지. 그 날이 올 때까지 아버지께 잘해 드려야겠다. 잠깐이라도 같이 있는 시간에는 베개를 갖다 드리고 어깨와 다리도 주물러 드릴 것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자리는 항상 많은 사람들을 구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나는 지금 이런 용기의 말씀을 아버지께 드리고 싶다. 김상윤(서울 명원교 5-다정)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한미약품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