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상 후보/산문]살맛나는 세상
너무 더워서 짜증나는 한여름의 초저녁이었다. 아직 저녁밥을 먹지 않고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삐걱 열리더니 옆집 아주머니께서 새 김치를 가득 접시에 담아 오셨다.
빨간 양념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나도 모르게 침이 넘어갔다. 어머니는 무척 고마워하셨다. 막둥이 유홍이가 제일 먼저 김치를 집어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질세라 가장 긴 김치를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자꾸 집어먹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국거리 멸치를 그 아주머니가 가져오신 접시에 듬뿍 담고 계셨다. 곧 옆집으로 가시더니 밝게 웃으시며 이야기하고 계시는 것이었다.
요즘 보기 어려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도시인들은 하나같이 바빠서 이웃을 모르는데 말이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저녁밥을 매우 맛있게 먹었다.
“어유, 우리 유홍이 김치 잘 먹네.”
어머니의 다정한 말처럼 이웃간의 정이 담긴 김치는 무척 맛있었다. 저녁밥을 배불리 먹고 나는 어머니한테 물어 보았다.
“품앗이가 뭐예요?”
작년에 분명히 배웠는데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웃이 서로 도우며 일해주는 풍속이란다. 일삯을 안받고 일을 했지.”
“아, 맞아. 그랬지?”
그제서야 배운 기억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엄마, 예전에는 시골 농촌에서 이웃끼리 이 논 저 논으로 가서 모심기를 돕기도 했지요?”
“그래.”
그 시절에는 나눠 먹고 이웃끼리 서로 도와 주었다고 하던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서로 마주쳐도 그턍 스쳐 지나가는 사람처럼 모른 척한다. 그 지난 시절의 미풍양속이 그리워질 때다.
서로의 믿음이 사라져 버린 지금, 우리의 웃음을 찾아서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겠다.
천징영/서울 천호교 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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