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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퉁치다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5-05-20 0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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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퉁칠 생각하지 마라’라고 적힌 플래카드. 트위터

“꽃으로 퉁칠 생각하지 마라-우리 엄마.”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아는 사람 여럿이 메일로 보내준 플래카드 내용이다. 카네이션 한 송이로 어버이날을 때우지 말라는 경고 아닌 경고

다. 아낌없이 주는 ‘우리 엄마’가 실제로 그런 속내를 드러냈을까마는 보는 이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문장 속 퉁치다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 ‘대신하다’ ‘맞바꾸다’는 의미로 쓴다. ‘우리 이걸로 퉁치는 게 어때?’처럼 친한 사이일수록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이 말, 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평소에는 자주 쓰이지만 속어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퉁치다와 비슷한 말로 ‘에끼다’가 있다. ‘서로 주고받을 물건이나 일 따위를 비겨 없애다’는 뜻이다. 곱씹을수록 말맛이 살아나는 순우리말이지만 써 본 적도, 들어본 적도 거의 없다. 이를 ‘에우다’ ‘어끼다’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에우다는 에끼다의 경북 방언(사투리)이고 어끼다는 잘못 쓴 말에 불과하다. 비슷한 뜻의 ‘엇셈하다’나 ‘삭(削)치다’도 사전에는 올라 있지만 익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낱말이 또 있다. 웃기면서 슬프다는 뜻의 웃프다다. 웃기지만 왠지 눈물이 나는 복잡한 감정을 드러낼 때 유용하다. 그래서일까. ‘웃픈 이야기’ ‘나, 웃픈 거야!’처럼 애매한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신문 제목으로도 등장할 만큼 세력을 넓혔다.

 

말과 글은 생물과 같아 시대 상황을 반영해 빠르게 변한다. 자신이 공주처럼 예쁘고 귀하다고 착각하는 것을 일컫는 ‘공주병’은 지금 당당히 사전에 올라 있다.

 

반면 2006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된장녀(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하는 여성)와 간장녀(알뜰소비를 하는 여성)는 여전히 유행어에 머물러 있다. ‘웃프다’의 생명력은 좀더 지켜보더라도 ‘퉁치다’는 표제어(사전의 표제 항목에 넣어 알기 쉽게 풀이해 놓은 말)로 삼는 걸 검토할 때도 됐다고 본다.

 

동아일보 5월 14일자 손진호 어문기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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