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임성훈 |
며칠 전 밤늦은 시간에 휴대전화의 카카오톡 진동음이 계속 울려대는 바람에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외국에 사는 예술가가 시차(시간의 차이)를 깜빡한 듯 50장 가까운 작품 사진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카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대중화되면서 편리하게 사용할 때가 많지만 덩달아 스트레스도 늘어났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용 모바일 메신저 때문에 퇴근 후에도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답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 결과다. 응답자들이 연락받은 시간은 ‘퇴근 이후’(78.5%·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주말, 휴가, 출근 이전 등의 순이다.
‘연락을 취한 사람’은 물론 직속(직접적으로 속한) 상사(자기보다 지위가 위인 사람)가 압도적이다. 현대의 직장인들은 사무실을 벗어나도 일과 상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공해가 업무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드는 것도 문제다. 카톡의 하루 평균 메시지 전송 건수만 60억 건을 넘는다. 매일 접하는 메신저에 반가운 소식과 유익한 정보도 담겨 있지만 쓸데없는 내용도 수두룩하다.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게임초대 메시지도 짜증나고, 평소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단체 카톡을 보내면 황당하다.
그룹 채팅방에서 모두의 관심사도 아닌 ㉠신변잡기를 ㉡미주알고주알 떠벌리는 사람도 눈총을 받는다.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놓고 대답이 늦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친한 사람들과 모바일 메신저로 수다를 떨며 머리를 식힐 때야 좋지만 헝클어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데 느닷없이 울리는 메신저의 알림 소리와 진동은 긴장감을 부른다. 반대로 스스로 모바일 기기에 집착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사람도 많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놓지 못하면서 마음의 여유도 점차 사라지는 듯하다. 예전의 광고 문구가 문득 떠오른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에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동아일보 5월 14일자 고미석 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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