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가 메리 폽 어즈번이 쓴 동화책 ‘마법의 시간여행’은 2002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1~52권이 출간돼 450만 부 이상 팔린 인기 베스트셀러. 주인공인 잭, 애니 남매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모험을 하며 사회, 과학적인 상식을 쉽게 배우는 내용이 담겼다.

 

이 흥미진진한 시리즈를 우리말로 옮긴 사람은 번역가 노은정 씨(48). 노 씨는 20년 동안 ‘구스범스’ ‘슈퍼걸스’ ‘빅 네이트’ ‘마녀 위니와 심술쟁이 로봇’ 시리즈 등 국내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끈 외국동화 수백 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노 씨가 번역한 책을 즐겨 읽은 어린이동아 독자 김지원 양(서울 마포구 홍대부속초 5)이 최근 서울 동작구의 한 북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시간관리 철저히

 

김 양은 “어떻게 해서 번역가 일을 시작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인 노 씨는 대학시절 아는 사람의 권유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사를 우리말로 바꾸는 일을 하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번역의 매력에 빠졌고, 주로 동화책을 번역하게 됐다고.

 

번역가는 대부분 프리랜서(소속 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노 씨도 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지 않고 출판사에서 작품 번역 제안이 오면 마음에 드는 작품을 선택해 번역한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져있지 않아 자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자기 스스로 시관 관리를 잘못하면 자칫 게을러지기 쉽다.

 

출판사는 번역을 의뢰할 때 책에 따라 짧게는 1달, 길게는 1년의 번역 기간을 준다. 그 기간 안에 번역한 원고를 넘겨야 하는데, 자꾸 일을 미루면 마감시간을 지키기 어렵다. 노 씨는 “번역가에게 성실함과 책임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저는 하루에 최소 몇 시간씩 번역을 하겠다고 스스로 약속을 하고, 그 다짐을 꼭 지킨답니다. 마감시간을 어겨본 적이 거의 없어요.”(노 씨)

 

 

외국어보다 국어실력 중요

 

노 씨가 번역한 작품들은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노 씨는 “성인을 위한 책보다 어린이를 위한 책을 번역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어린이 책은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글을 써야하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노 씨)

 

번역가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언어는 시대와 세대가 바뀜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 노 씨는 지금도 책을 통해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익히고 최신 미국드라마를 보며 미국 신세대들이 쓰는 영어 표현을 익힌다.

 

“훌륭한 번역가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김 양)

 

노 씨는 “외국어 실력 못지않게 국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번역가를 전쟁에 나서는 장수로 비유한다면 ‘영어’라는 갑옷을 입고 ‘우리말’이라는 칼로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쟁에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주요 무기는 ‘칼’인 만큼 국어 실력이 탄탄해야 독자를 감동시키는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는 뜻.

 

노 씨는 번역가를 꿈꾸는 초등생들에게 당부했다.

 

“멋진 번역가를 꿈꾼다면 평소에 책을 많이 읽어서 뛰어난 문장 실력과 풍부한 어휘력을 기르길 바랍니다.”(노 씨)

 

▶글 사진 이영신 기자 lys@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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