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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눈높이 사설]묵은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14-11-24 04: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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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지를 넣어 만든 고등어조림.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을이 저물고 있다. 이맘때쯤 자글자글 끓는 김치찌개, 특히 깊은 맛이 우러나는 ‘묵은지’ 김치찌개가 그립다.

 

묵은지란 오래된 김장 김치를 말한다. 묵은지 가운데 숙성 기간이 비교적 짧은 건 찌개로, 오래된 건 쌈이나 찜 요리에 제격이다. 묵은지로 만든 음식만 해도 등갈비찜, 꽁치찜, 삼겹살찜, 고등어조림 등 다양하다.

 

그런데 묵은지는 표준어가 아니다. 왜일까. 묵은지의 ‘지’를 사투리로 보기 때문이다. 시중에 나온 국어사전들은 ‘지’를 경북과 전라도 등지에서 쓰는 ‘김치’의 사투리라고 규정한다.

 

이 같은 풀이는 사람들의 말 씀씀이와 거리가 멀다. 오이지, 짠지 등 김치를 가리키는 ‘지’가 붙은 낱말들은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면서, 유독 묵은지만 배척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물김치는 생긴 지 오래된 말도 아닌데 표준어 대접을 받고 있다.

 

전 세계인의 음식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김치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비롯되었다. 침채의 뜻을 풀이하면 ‘절인 채소’ 또는 ‘채소를 절인 것’이다. 침채를 중국에서 만든 한자어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다.

 

김치와 관련해 구별해서 써야할 표현이 있다. ‘시다’와 ‘쉬다’가 그렇다. 너무 숙성돼 신맛이 나면 ‘신 김치’이고, 그 단계를 지나 시큼한 냄새까지 나면 ‘쉰 김치’라고 해야 옳다. 또 하나. ‘김치를 담는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김치는 ‘담는’ 게 아니라 ‘담그는’ 것이다.

 

겨울나기를 위해 김치를 대량 담그는 김장문화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올랐다. 김치가 등재된 게 아니라 준비하고, 담그고, 나누는 과정, 즉 우리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김장문화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푹 익은 맛이 일품인 묵은지야말로 문화유산에 걸맞은 김

치가 아닐까 싶다.

 

동아일보 11월 20일자 손진호 어문기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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