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폰트(글씨체)를 쓰면 좋을까?”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때 자주 드는 고민이다. 명조체, 고딕체, 궁서체…. 이렇게 종류도 많고 모양도 가지각색인 폰트는 ‘폰트디자이너’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어린이동아 애독자인 서울 마포구 서울창천초 5학년 이단비 양과 서울 양천구 서울신기초 4학년 김동하 군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글폰트 개발 전문회사 ‘윤디자인연구소’를 최근 찾았다. 그곳에서 폰트디자이너 박수진, 한선주 씨를 만났다.

 

‘로보카 폴리’처럼 길쭉하게

 

폰트는 글자를 더 잘 보이게 하면서도 글자마다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쓰인다. 기업은 기업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폰트를 광고에 쓰며, TV 예능프로그램에는 상황과 잘 어울리는 느낌의 폰트가 자막으로 쓰인다.

 

“폰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이 양이 물었다. 박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했던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 완구제품에 쓰인 폰트를 예로 들었다.

 

우선 ‘어떤 느낌의 폰트를 만들지’ 자료를 모으고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를 갖는다.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폰트의 모양을 손으로 그린 후에 여러 디자이너들과 함께 폰트의 모양을 결정한다.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길쭉해지는 로보카 폴리의 특징을 살려 길쭉한 모양으로 폰트를 디자인했다.

 

이렇게 결정된 모양을 바탕으로 컴퓨터 폰트제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폰트를 만든다. 완구제품에 주로 쓰일 폰트이므로 제품명이 돋보이게 굵게 만들었다. 여러 테스트 단계를 거치면 최종적으로 로보카 폴리 폰트가 완성된다.

 

인내심·지구력 필요해요

 

김 군이 “폰트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라고 묻자, 두 디자이너는 “인내심과 지구력”이라고 답했다.

 

한글은 영어와 달리 초성(‘감’자에서 ‘ㄱ’), 중성(‘감’자에서 ‘ㅏ’), 종성(‘감’자에서 ‘ㅁ’)의 세 부분으로 이뤄져 폰트를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가, 각, 갔 등 기본 글자 2350자에 ‘’처럼 일반 단어에 쓰이지 않는 글자까지 만들면 자그마치 1만1172자를 만들어야한다. 때문에 하나의 폰트를 만드는데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컴퓨터를 보면서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므로 인내심과 지구력이 꼭 필요한 것.

 

두 어린이는 “그럼 폰트디자이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라고 물었다.

 

“일상에서 제가 직접 디자인한 폰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얼마 전엔 서점에서 우연히 제가 만든 폰트가 책 표지에 쓰인 걸 발견하고 뿌듯했던 적이 있지요.” (한 디자이너)

 

사회 보고서에는 어떤 폰트를?

 

폰트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 폰트디자이너 중에는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폰트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다면 다른 전공을 공부했어도 폰트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초등생들은 학교 사회시간에 숙제로 보고서를 낼 때가 많다. 이 때 어떤 폰트를 쓰는 것이 좋을까? 박 디자이너는 “제목은 눈에 확 들어오게끔 ‘헤드라인체’ 같은 굵직한 폰트를 쓰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이어 한 디자이너는 “본문에는 글자가 많기 때문에 구불구불한 모양의 폰트를 쓰면 읽기 불편하다”면서 “네모진 고딕체를 써야 편하게 잘 읽힌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김보민 기자 gomin@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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