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가 중심이 되어 이끄는 미국 연구진이 뇌를 자극해 사람의 생각을 변하게 만드는 ‘뇌 리모컨’을 개발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윤경식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뇌에 간단한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보상회로를 조절하는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보상회로는 기분을 좋게 만드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는 뇌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뇌의 보상회로가 도파민(행복감에 관련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호르몬)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기분을 좋게 만들기 때문인 것.

 

이번에 개발된 뇌 리모컨을 사용해 뇌를 자극하면 사람들이 더 즐겁고 긍정적이며 행복하게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성인 남녀 99명에게 이성(異性·자신과 다른 성별)의 얼굴 사진 70장을 보여주고 매력도를 0∼7점으로 평가하게 했다. 그 뒤 미간과 이마 오른쪽에 전극패치(필요한 부위에 붙여 몸속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장치)를 붙이고 미세한 전류를 15분간 흘려보낸 후 같은 사진을 보여주고 다시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점수가 처음보다 최고 50% 높아졌다. 똑같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서도 더 멋지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뇌 리모컨’을 이용한다면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에 나오는 못생긴 피오나 공주도 예쁜 백설 공주로 보일 수 있게 되겠지요?^^

 

지금까지는 알코올 중독과 같은 정신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환자에게 약을 먹이거나 수술을 통해 뇌에 전극을 달아 직접 자극하는 방법을 써야 했지만, 뇌 리모컨을 사용하면 이마에 전극패치를 붙이는 간단한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뇌 리모컨’은 악용될 위험성도 있어 주의가 요구됩니다. 꼭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뇌를 자극해 기분을 좋게 만드는 습관을 갖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꾸만 즐거운 기분을 느끼기 위해 뇌 리모콘을 찾게 되는 ‘중독’에 빠질 가능성도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무시무시한 마약 중독과도 다를 바가 없게 되는 것이지요.

 

▶이비치 기자 ql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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