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는 싱가포르에 사는 12세 소년 링링이라고 해.

 

나는 한국에 대해서 잘 알아. 가장 친한 친구 루이가 한국과 관련이 깊거든. 아버지가 한국인, 어머니는 싱가포르 사람이지. 그런데 이 친구가 아버지의 사업 때문에 싱가포르를 떠나 한국으로 가게 되었어. 루이는 걱정이 많더라. 한국에서는 루이와 같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를 차별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고 해.

 

싱가포르에는 한국의 다문화 가정의 아이와 비슷한 ‘페라나칸(Peranakan)’이 있어. 페라나칸은 해외에서 온 남성과 싱가포르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후손을 말해. 아주 오래 전부터 바다를 통한 무역이 발달했던 동남아시아는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곳이었어. 때문에 중국인이나 인도인, 유럽인과 같은 외국인과 원래 동남아에서 살던 ‘말레이족’의 피가 섞인 페라나칸이 많아졌지.

 

나도 페라나칸이야.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중국인, 증조할머니는 말레이족이었거든. 난 내가 페라나칸인 것이 자랑스러워. 페라나칸은 다양한 지역의 문화를 편견 없이 잘 받아들여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혼합문화’를 만들어냈거든. 페라나칸 문화가 궁금하다고? 내가 지금부터 설명해 줄게.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결혼식

 

 

 

이 옷은 19세기 말에서 20세 초에 페라나칸 여성이 결혼할 때 입었던 신부 혼례복이야. 색깔이 참 곱고 화려하지?

 

그런데 중국의 전통 옷과 같은 느낌이 들지? 동남아시아에는 옛날부터 중국인이 많이 드나들었기 때문에 다양한 페라나칸 중에서도 아버지가 중국인인 ‘중국계 페라나칸’이 대다수를 차지해. 그래서 결혼, 제사와 같은 집안의 주요 행사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

 

중국은 결혼해서 여자가 아들을 낳아 가문을 이어가는 것을 무척 중요시 여겼대. 그래서 모든 장신구에는 다산(아이를 많이 출산함)과 행운을 상징하는 문양들이 많이 장식되어 있어. 이 옷에도 모란꽃, 봉황, 나비 등 중국의 혼례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양들을 볼 수 있단다.

 

 

유럽의 초상화와 묘하게 닮았네?

 

 

 

페라나칸은 주로 외국과 무역을 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많았어. 특히 싱가포르는 19세기에 영국의 식민지였는데, 이 시기에 싱가포르 사회를 주도한 페라나칸은 유럽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지.

 

이 초상화는 1936년 한 페라나칸의 모습을 그린 ‘송옹시앙의 초상화’야. 그림 속 할아버지는 서양식 양복을 입고 유럽의 초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어. 할아버지 옆 탁자에 수북하게 쌓인 성경책은 당시 페라나칸 사회에서 기독교가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보여주지. 초상화가 중국식 족자가 아닌 서양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유화 형식으로 그려졌다는 사실도 무척 흥미로워.

 

 

식탁보에 유리구슬 100만개가 촘촘히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 식탁보는 색깔과 문양이 무척 화려하지? 자세히 보면 작은 유리구슬로 100만개가 촘촘하게 박혀있는 유리공예 작품이야. 페라나칸은 부유하면서도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이 많았던 만큼 이렇게 화려한 공예미술이 무척 발달했단다.

 

지금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싱가포르의 혼합문화, 페라나칸’ 전시가 열리고 있어. 페라나칸 여성들이 남긴 뛰어난 자수와 구슬 세공품, 분홍색이 두드러진 도자 세트들을 감상할 수 있어.

 

5월 19일까지. 관람료 무료. 문의: 02-2077-9000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