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대영 박물관과 더불어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바티칸 시국의 바티칸 박물관 소장품이 한국에 온다. 국내에서 바티칸 박물관의 소장품이 대규모로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

 

8일∼다음해 3월 3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바티칸 박물관전-르네상스의 천재화가들’에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초기부터 전성기인 14∼16세기의 회화, 장식미술, 조각 등 총 73점이 전시된다. 특히 르네상스 천재 화가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이 전시에 포함돼 눈길을 끈다. 주요 작품들을 미리 살펴보자. 성인 1만5000원, 초등생 8000원. 문의 1544-8755.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 - 레오나르도 다빈치. 1480년 경 작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광야의 성 히에로니무스’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의 작품으로, 옷도 입지 않은 수행자 히에로니무스가 기도하는 자세로 땅에 무릎을 꿇은 채 오른손에 돌을 쥐고 가슴을 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림 속 떨어져 있는 추기경 모자는 세상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명예를 버렸음을 상징한다.

 

피에타 미켈란젤로. 1498, 1499년 작

 

미켈란젤로가 25세 때 완성한 작품인 ‘피에타’는 이탈리아어로 ‘슬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의 시신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 조각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극심한 고통을 표현한다.

 

이 조각은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청소년 관람불가)의 모티브(동기가 되는 주제)가 되기도 했다.

 

대리석으로 된 피에타 원작은 일부가 파손돼 바티칸에 특별 관리작으로 보관돼 있고, 이번에 서울에 전시되는 것은 원작을 본떠 바티칸 박물관이 전시실에 내걸었던 청동작품이다.

 

사랑 라파엘로 산치오. 1507년 작

 

어린 아기들에게 젖을 먹이는 여인이 그려져 있는 그림은 인간 최고의 덕목인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 서울에 온 바티칸 박물관의 작품 중 가장 높은 보험가액(560억 원)이 매겨지기도 한 이 작품은 라파엘로가 페루자에 살던 발리오니 가문의 가족예배당을 위해 제작한 그림. 여인의 모습은 미켈란젤로의 그림 ‘아기예수와 성 요한과 함께 있는 성모’와 비슷한데, 이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라파엘로에게 큰 영감을 주었음을 의미한다.

 

비올라를 연주하는 천사 멜로초 다 포를리. 1480년 작

 

1400년대 이탈리아 화가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멜로초 다 포를리의 대표작인 이 그림은 바티칸 박물관의 가장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꼽힌다. 멜로초 다 포를리는 ‘교황의 화가’라는 별칭을 얻으며 바티칸에 화가 대학을 세운 사람이기도 하다. 비올라를 켜는 천사를 묘사한 이 그림은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열린 바티칸 박물관전에서 간판작품으로 내걸려 큰 사랑을 받았다.

 

※ 바티칸 시국: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시내 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관리하는 최고통치기관인 교황청이 있다.

 

※ 르네상스: 14∼16세기에 서유럽에서 나타난 문화운동. ‘르네상스’란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에 개인의 창조성을 억누르던 문화에서 벗어나 그리스·로마의 문화적 전통이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에서 이 용어가 사용됐다.

 

▶손민지 기자 minji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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