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최근 ‘돼지 유전체(유전자 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돼지 유전체가 완전히 해독됨에 따라 품종 개량(나쁜 점을 보완하여 더 좋게 고침)은 물론이고 장기이식용 돼지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건국대 박찬규 교수팀과 서울대 김희발 교수팀 등 국내 연구진 14명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덴마크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9개국 132명의 연구자가 매달린 끝에 19개의 염색체를 해독해 완성한 유전체 지도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돼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를 통해 밝혀진 돼지의 특성은? 이번 연구를 통해 유전체 지도가 밝혀진 미국산 돼지 ‘듀록’의 입장에서 기사를 재구성했다.

 

돼지의 유전자, 인간과 닮았다

 

나는 미국 출신 돼지 ‘듀록’이야. 과학자들은 2006년부터 나의 유전체를 해독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 결과 돼지라는 종이 동남아시아에서 처음 유래돼 약 100만 년 전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어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아시아 돼지가 처음으로 교배를 했다는군.

 

사실 우리는 사람과 밀접한 가축인데도 불구하고 유전체 지도가 가장 늦게 만들어진 동물이야. 닭은 2004년, 개는 2005년, 고양이는 2007년, 소와 말은 2009년에 유전체 지도가 만들어졌지. 유전체 해독 연구 분야에서는 닭, 소, 말처럼 침팬지와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닌 동물에 우선순위를 두었기 때문이래.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이경태 연구사는 “돼지 유전체가 인간과 매우 비슷하므로 돼지를 활용해 인간의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마련됐다”고 말했어. 우리의 유전자가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 획기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나아가 장기이식용 돼지 연구도 활발해질 수 있게 됐다나? 참 다행이다! 꿀꿀.

 

이번 연구에 사용된 미국산 돼지 ‘듀록’

‘개 코’보다 ‘돼지 코’가 냄새 잘 맡아

 

냄새를 가장 잘 맡는 동물은 누구일까? 바로 나야, 꿀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보다 내가 더 냄새를 잘 맡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어. 내 유전체 지도에 따르면 나의 후각 수용체 유전자가 1301개로, 개(1094개)보다 많다는 사실이 드러났지. 물론 유전자의 개수만으로 후각의 얼마나 발달했는지 전부 설명할 수는 없어. 하지만 유전자의 수가 많다는 것은 후각이 발달했다는 것과 관련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단다.

 

반면 내 미각 관련 유전자는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어. 나는 짠맛을 느끼지 못하고, 쓴맛을 느끼는 유전자도 인간(25개)보다 적은 17개야. 내가 음식의 맛을 잘 느껴서 많이 먹는 것이 아니었다고, 꿀꿀.

 

이번에 완성된 유전체 지도는 미국산 돼지인 듀록 품종에 제한된 것이야. 따라서 한국산 돼지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따로 정밀 유전체 지도를 작성해야 하지. 한국산 돼지의 정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 듀록 품종에는 없고 한국산 돼지에만 있는 독특한 유전체 구조가 밝혀지고, 그 기능을 연구할 수 있게 될 거야. 한국산 돼지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지 궁금하지? 함께 기다려보자고, 꿀꿀.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