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숫기가 없었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고, 내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에도 서툴렀지. 물론 친해지면 장난도 잘 치지만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어서 낯선 사람들과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해. 만약에 축구를 하지 않았다면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맺지 못했을 것 같아.

 

그런 나도 한번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 인간관계의 가장 큰 힘은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사람들과 신뢰를 쌓으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해.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번 한 약속은 지키려고 노력해.

 

그리고 또 하나,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헤어질 때는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해. 프로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 이적 제의가 들어오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팀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지금까지 잘 지냈던 사람들과 헤어져서 낯선 환경에서 다시 적응해야 하지. 그럴 때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헤어지는 사람들에게 예의를 다하는 것도 중요해.

 

내가 맨유로 가게 되었을 때는 히딩크 감독님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팀에 후원금 3억 원을 내는 것으로 감독님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어. 나중에 감독님께서 매우 기뻐하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 맨유로 이적하고 나서 한참 후에 여름휴가 때 히딩크 감독님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감독님은 맨유에서 내가 이룩한 성과가 자랑스럽다고 말씀해 주셨어.

 

이처럼 프로 선수로 살아가려면 인연을 맺는 것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 도리를 다하는 것이 중요해. 그들을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테고, 그때 웃으면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니까. 사실 어떤 일에서든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보이지 않는 실력이라는 것 잊지 마.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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