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새로운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와이즈베리) 출판 기념행사를 위해 지난달 31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샌델 교수는 2010년 출간돼 우리나라에서 밀리언셀러(100만 부 이상 판매)에 오른 책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로 꼽힌 ‘정의론’을 강의한 교수이기도 하다.

그의 첫 공식행사는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

영광스럽게도 동아어린이기자 두 명이 대한민국의 어린이를 대표해 샌델 교수와의 간담회에 초청받았다. 행운의 주인공은 고수빈 양(제주 서귀포시 표선초 6)과 양지훈 군(서울 용산구 신용산초 4).

 

“우리 함께 토론합시다!”

 

설레는 마음으로 간담회장에 입장한 두 어린이기자는 어린이책 출판사 ‘아이세움’의 배려로 샌델 교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맨 앞자리 중앙에 앉았다.

오전 11시가 되자 샌델 교수가 입장했다.

“이번에 새로 낸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의 메시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과 시장이 공익(사회 전체의 이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논의하자’는 것이에요. 부자 부모가 자식의 대학 입학 허가권을 살 수 있는 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지, 돈으로 공직을 살 수 있는 지 등 우리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토론하고 싶습니다.”(샌델 교수)

이어 샌델 교수는 “교육이나 의료 혜택과 같은 삶의 영역들은 돈이나 시장의 가치보다 소중하며, 공익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돈이나 시장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

 

학교폭력 방지하기 위해선 ‘공동의 노력’이 중요

 

고수빈 양은 요즘 국내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샌델 교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도 모른 체하는 어린이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행동도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은 침묵을 지키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고 양)

“굉장히 중요한 질문을 해주었군요”라며 질문의 수준에 깜짝 놀란 샌델 교수는 대답했다.

“학교폭력 현장을 목격한 한 학생이 혼자 맞서 대응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 내에서 집단 괴롭힘 문제를 줄이고 피해자를 목격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피해자를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보이면 학교폭력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샌델 교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중요한 것은?

 

이어 양지훈 군은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질문을 던져 샌델 교수를 감명시켰다.

“저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생각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양 군)

“시간! 아주 좋은 예를 말해주었어요. 부유하든 가난하든 사람들은 공평하게 ‘24시간’을 가지지요. 이 24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저는 여기에 두 가지를 추가하자면 가족 구성원의 ‘사랑’과 친구들과의 ‘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샌델 교수)

 

▶손민지 기자 minji88@donga.com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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