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침팬지 ‘산티노’를 말려주세요∼!

나는 스웨덴 푸루비크 동물원의 침팬지를 담당하는 사육사에요.

최근 우리 동물원에 있는 침팬지 ‘산티노’가 사람들을 향해 자꾸 돌을 던져서 걱정이랍니다. 여러분이 동물원에서 침팬지에게 돌을 맞는다면 다시는 동물원에서 침팬지를 보고 싶지 않겠지요. 그래서 관람객들이 요즘 침팬지를 보러 통 오지 않아요. 요 녀석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태연한 척 하면서 관람객 속이기

 

산티노는 이전에도 종종 우리 주변에 있는 도랑에서 주운 돌과 인공 섬에서 뜯어낸 콘크리트 조각을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관람객에게 던지곤 했어요. 사람들을 경계해서 즉흥적으로 그런 줄 알았더니 최근에는 아예 던질 돌을 감춰둘 장소를 미리 마련하더라고요. 정말 치밀하죠? 통나무나 바위 뒤에 돌을 감추는 정도를 넘어서 건초 더미를 직접 구해와 던질 돌을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두어요.

예전에 한 번은 제가 산티노의 손에 돌멩이가 쥐어진 것을 보고 관람객들을 물러나도록 했어요. 그러자 산티노가 관람객에게는 관심이 없는 척하면서 도랑에 떠 있는 사과를 집어 먹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사과를 한 입 베어 물고 딴청을 피우면서 관람객을 안심시킨 뒤 재빨리 관람객에게 돌을 던지지 뭐예요!

 

산티노의 ‘사전 계획’

 

최근 스웨덴 룬드대 연구진은 산티노가 보인 이러한 행동을 ‘사전 계획’이라고 분석했어요. 사전 계획은 남을 속이는 행동과 같이 ‘내 행동을 보고 상대방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미리 예측해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에요. 이는 고도의 지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간 만이 가능한 것이라고 여겨졌지요. 룬드대 연구진은 산티노의 행동을 고도의 지적 행동이라며 최근 미국 공공도서관 학회지 플러스원에 발표했어요.

물론 우두머리 수컷이 곁에 다가 온 사람에게 물건을 던지는 것은 자신의 지배력을 과시하는 자연스런 행위의 하나라고 해요. 하지만 산티노의 행동은 이런 것과 다르대요. 연구진은 “관람객이 없어 당장 공격할 대상이 없을 때에도 나중에 나타날 사람의 행동을 미리 예측해서 던질 돌을 준비해두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침팬지 행동양식과 다른 것”이라고 했어요.

침팬지가 인류와 가장 가까운 종이라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지요? 연구진은 산티노의 이런 능력을 연구하면 인류의 사고의 진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답니다. 인류와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어떻게 행동했을지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되어서 말이지요. 말썽꾸러기라고만 여겼던 산티노를 통해 위대한 인류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함께 지켜보도록 해요!

 

<김은정 기자 e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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