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요구를 받아들여 단계적으로 이란 산 원유 수입의 비중을 줄여나가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외교통상부·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는 이날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 등 미국 대표단과 협의한 직후 “우리 측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취지에 공감하고 이란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협력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서 미국 대표단은 “우방국가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한 조정을 거쳐 단계적인 방법으로 이란 산 원유수입을 감축하고 이란의 원유 판매수입을 축소하기 위한 광범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우리 정부 측은 “이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는 같은 날 한국에 우선적인 원유공급을 약속했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는 세계미래에너지회의(WFES) 참석차 아부다비를 방문한 김황식 국무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아랍에미리트는 한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필요시 한국에 원유를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수입하는 전체 원유의 10% 정도를 이란에서 가져오고 있어요. 이란 산 원유는 다른 중동국가의 원유보다 황 성분이 많은 중질유로 배럴당 3달러가량 가격이 낮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란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원유를 수입하면 더욱 많은 비용이 필요해 연간 4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란을 대신할 원유 수입 국가를 완전하게 확보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휘발유 가격이 오르는 건 물론이고, 자칫 ‘에너지 대란’을 겪을 가능성도 있지요.

 

결코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이란을 재제하겠다는 방침에 우리나라가 동참해 이란 산 원유수입의 비중을 줄이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뭘까요?

 

이란의 비핵화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문제는 바로 북핵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이란이 핵무장을 하면 국제사회의 위기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이란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의하고 그들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합당하겠지요? 게다가 이란은 북한에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핵개발 기술을 전수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

 

◆ 어휘UP

피력(披瀝): 생각하는 것을 털어놓고 말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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