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섬나라 앵귈라의 전경.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남미 바다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 앵귈라가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는 소식이 화제예요. 최근 AI 관련 산업이 각광받는 가운데 ‘.ai’라는 국가 도메인을 가진 앵귈라가 웹사이트 주소에 ‘.ai’를 사용하려는 AI 기업들에게 도메인을 팔아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 도메인이 대체 무엇이기에 작은 나라 앵귈라에 큰 수익을 안겨준 걸까요?

웹사이트에 붙인 ‘간판’ 도메인

AI 사업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앞다퉈 ‘.ai’ 도메인을 확보한 가운데 웹사이트 주소창에 ‘구글 AI’ 도메인이 보인다. 구글 AI 홈페이지 캡처

원래 영토, 분야, 범위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인 ‘도메인(domain)’은 인터넷 발달 이후 ‘인터넷 주소’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도메인은 세상 모든 컴퓨터들을 연결하는 통신망인 인터넷에서 웹사이트 주소들을 구분해놓은 고유의 이름이에요.

인터넷 주소는 보통 12개의 숫자로 이뤄져 있는데요. 1967년 인터넷이 처음 생겨난 이래 인터넷 주소가 점점 늘어나 일일이 숫자들을 기억하기 어려워지면서 1984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이 문자와 온점으로 구성된 도메인을 등록하기 시작했어요. 즉 숫자 형태의 인터넷 주소를 기억하기 쉽도록 문자로 표현해놓은 ‘간판’이 바로 도메인인 것.

국가별 도메인은 전 세계 도메인을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가 정해줘요. 국가 도메인도 국적 상관없이 누구나 구매하고 인터넷 주소에 활용할 수 있으나 일반 기업이 특정 국가의 도메인을 사용하려면 해당 국가에 일정한 금액을 내야 해요. 기관이나 업체는 이용자들이 기억하기 쉽거나 각 사이트의 성격을 잘 나타내주는 도메인을 선호하지요.

인기 있는 국가 도메인을 가진 나라는 앵귈라만이 아니에요. 과거 라디오 시대엔 오세아니아 지역의 미크로네시아 연방 공화국의 도메인 ‘.fm’이 주목받았고, 이후에는 섬나라 투발루의 도메인 ‘.tv’가 인기를 끌었어요. 지난 2000년 투발루는 캐나다의 한 방송 기업에 국가 도메인 ‘.tv’를 5000만 달러에 판매해 해당 수익으로 섬들에 전기를 공급했다고 알려져요.

AI 시대, 도메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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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과 함께 챗봇이 인터넷 웹사이트를 대체하면 앞으로 도메인의 중요성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니우에는 인기 도메인 때문에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어요. 1990년대 말 미국의 사업가는 니우에 정부를 상대로 인터넷 보급을 도울 테니 국가 도메인 ‘.nu’를 자신에게 팔라고 제안했어요. 당시 이를 수락한 니우에 정부는 나중에야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에서 ‘.nu’가 ‘지금(now)’을 뜻하는 단어로, 인기라는 사실을 알았지요. 이를 통해 연간 큰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추정한 니우에 정부는 2018년 이를 관리하는 스웨덴인터넷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요.

도메인이 수익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를 악용하는 문제도 나타나요. 유명 회사 이름을 활용한 도메인을 비싼 가격에 되팔 목적으로 먼저 차지하는 ‘사이버스쿼팅’이 대표적. 또 유명 기업의 도메인을 일반인이 구매해 사기 행각을 벌일 위험도 제기돼요.

일각에선 앞으로 도메인의 중요성이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와요. 일일이 원하는 결과를 찾아 여러 웹사이트를 돌아다녀야 하는 인터넷과 달리 간단하게 질문하고 즉각적으로 필요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AI 챗봇이 웹사이트를 대체할 거란 분석이에요.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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