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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국왕도, 며느리도 암' 신비주의 포기한 영국 왕실
  • 전선규 기자
  • 2024-03-26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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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캐서린 왕세자빈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올린 영상을 통해 자신이 암 진단을 받고 치료받는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에 이어 캐서린 왕세자빈(오른쪽)의 암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유로뉴스 홈페이지 캡처



[1] 영국 윌리엄 왕세자(임금의 자리를 이을 임금의 아들)의 부인 캐서린 왕세자빈(42)은 영국인들에게 왕실의 완벽함을 상징해온 인물이에요. 캐서린은 6년 전 셋째인 루이 왕자를 낳은 날 출산 7시간 만에 빨간색 드레스에 뾰족구두 차림으로 병원을 나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지요. 첫째 조지 왕자, 둘째 샬럿 공주가 태어난 날에도 캐서린은 말끔하게 단장한 모습으로 등장해 아기를 건강하게 출산한 세손빈(왕세손의 아내)으로서 대중의 기대에 부응(요구나 기대에 좇아서 응함)했어요.


[2] 하지만 그가 22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메시지는 영국은 물론 전 세계를 놀라게 했어요. “1월 복부(배의 부분) 수술 후 검사에서 암이 발견돼 화학치료를 받고 있다.” 암의 종류나 단계를 밝히진 않았지만 암 진단 사실을 직접 공개한 것이에요. 올 들어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캐서린을 둘러싸고 최근 가족사진 편집 논란이 확산되며 건강 위중(병세가 위험함)설, 부부 불화(사이가 안 좋음)설 등 온갖 소문이 돌던 와중에 나온 발표였어요.


[3] 왕실 인사들의 건강 상태를 공개하는 건 오래전부터 왕실의 금기(마음에 꺼려서 하지 않거나 피함)였어요. 약한 군주로 비쳐 외세(외국의 세력) 침략의 빌미가 될 수 있고, 대내적으론 민심의 혼란을 부를 수 있었기 때문. 왕실의 신비주의(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전략)가 그런 이유로 유지됐지요. *‘군주제는 대낮의 햇빛을 받으면 마법이 사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48년과 1950년 임신을 했을 때 왕실은 “여왕이 흥미로운 상태(interesting condition)에 있다”고만 했고, 여왕의 어머니가 1960년대 암을 앓았던 사실도 40년 뒤에야 전기(한 사람의 일생을 적은 기록) 작가를 통해 알려졌어요.


[4]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달 암 투병(병을 고치려고 병과 싸움) 사실을 공개했을 때 역사학자들이 “다른 군주들은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 발표가 나온 데에는 국민들이 왕족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고, 왕실의 치부(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는 환경에서 암을 숨기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작용했어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세상을 떠남) 이후 군주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 형태) 지지 여론이 약화되면서 “불평도 하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왕실의 오랜 방침을 고집하기도 어려워졌어요. 캐서린 왕세자빈 역시 암 치료를 받는 병원의 직원들이 자신의 의료기록에 접근한 사실이 알려지자 결국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 많아요.


[5] 왕실 신비주의가 통하기 어려운 요즘 왕족들은 사치(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와 안락함을 누리는 대가로 대중의 동경과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공적인(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존재가 됐어요. SNS 시대에 왕관의 무게를 견딘다는 건 사생활의 자유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도 포함돼요. 다만 산악자전거를 타고 럭비를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캐서린 왕세자빈의 부쩍 수척해진 얼굴은 안타까움을 자아내요. 만들어진 이미지의 완벽한 왕실보다 국왕과 며느리가 줄줄이 암 치료를 받게 된 진실하고 솔직한 모습의 왕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에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3월 24일 자 신광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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