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수천 년의 시간 동안 눈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빙하’라고 하지요. 기후변화로 인해 남극 등을 덮고 있는 대륙 빙하나 산맥을 지키는 산악 빙하 가릴 것 없이 세계 각지의 빙하들이 점점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어요. 사라지는 빙하를 지키기 위해 과학자들이 고심하는 가운데 기발하고 새로운 방법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어요. 

갈수록 살빠지는 빙하, 두텁게 두텁게

벤처기업 리얼아이스가 캐나다 캠브리지 베이에서 바닷물을 끌어와 얼음을 얼리는 실험을 진행하는 모습. 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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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 베이에서 새로 얼린 빙하의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벤처기업 아틱리플렉션스와 영국 뱅거대 연구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리얼아이스는 캐나다 북극지방인 누나부트 준주의 캠브리지 베이에서 물을 뿌리고 얼려 빙하를 복원하는 실험을 최근 진행했어요.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두 회사는 기후변화로 갈수록 얇아지는 해빙을 복원하는 방법을 개발 중. 이들은 겨울마다 물을 뿌리고 얼리기를 반복하며 스케이트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바다에 떠다니는 빙하에 구멍을 뚫은 뒤 펌프를 꽂아 바닷물을 끌어올려 뿌린 뒤 얼리기를 반복하는 방식이지요.

연구진은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에 따라 일어나는 기온 변화인 ‘알베도 효과’를 응용한다는 구상이에요. 흰색은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빙하나 만년설처럼 하얀 눈이 덮인 곳에선 대부분의 빛이 반사돼 기온이 낮게 유지돼요. 반면 육지나 바다에선 대부분의 햇빛을 흡수하지요. 빙하가 줄면 빛을 더 많이 흡수해 주변 기온도 높아져 남은 빙하마저 더 빨리 녹게 돼요.

연구진은 빙하의 양을 늘리면 남아 있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요. 다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로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지구의 빙하를 완전히 복구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해요. 연구에 참여하는 하요 헨드릭스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교수는 “빙하가 필요한 일부 지역에 활용한다면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북극곰과 바다표범이 사는 일부 지역에 이 기술을 통해 여름철 해빙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빙하에 '이불' 덮어 햇빛 차단

과학자들이 훔볼트 빙하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엘 파이스 홈페이지 캡처

훔볼트 빙하에 특수 소재 덮개를 설치하는 모습

남미 나라 베네수엘라에선 얼마 남지 않은 빙하를 지키기 위해 최근 특수한 ‘이불’로 빙하를 덮는 시도를 했어요.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는 “기후변화로 안데스산맥 북부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가 빙하를 완전히 잃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어요.

실제로 지난 100여 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약 10㎢의 빙하가 소멸돼 안데스 산악지역인 메리다 주 시에라 네바다 국립공원 훔볼트 봉우리에 있는 빙하만이 남았다고 알려져요.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환경당국은 훔볼트 빙하를 지키기 위해 최근 특수 소재로 만든 덮개를 고산 지대로 날랐어요. 하나당 무게 80㎏에 달하는 35개 조각의 덮개를 해발 4900m 높이의 정상 부근까지 옮기는 데 공군 헬기 2대와 100여 명이 투입됐지요. 특수 소재 덮개는 강한 태양빛으로부터 빙하를 보호할 예정.

베네수엘라 로스안데스대 연구진에 따르면 과거 최대 4.5㎢에 달했던 훔볼트 빙하는 현재 0.02㎢ 정도밖에 남지 않았어요. 이에 일각에선 베네수엘라에 이미 빙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해요. 빙하라고 부르는 얼음덩어리의 최소 면적을 대부분 0.1㎢로 보기 때문에 훔볼트 빙하는 얼음조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

한편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에 씌운 특수 덮개가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어요. 일정 시간이 지나 덮개가 분해 되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와 주변 농작물이나 공기 중으로 이동해 사람이나 동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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