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사 오릭스는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BBC 사이언스 포커스 매거진 홈페이지 캡처

설치류인 프레리도그는 번식기 초기에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더 커지지만, 번식기 말에는 크기가 비슷해진다

포유류(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동물)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통념(일반적으로 널리 통하는 개념)과 달리 암수 크기가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미국 프리스턴대 및 뉴욕시립대 헌터칼리지 카이아 톰박 박사팀은 13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427종의 야생 포유류 암수 몸무게를 비교한 결과를 내놓았어요. 그 결과 전체의 약 39%가 암컷과 수컷의 몸 크기에 차이가 없었어요. 수컷이 암컷보다 더 큰 경우는 약 45%였고,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큰 경우는 약 16%였지요. 결국 조사 대상이 된 포유류 전체 종 가운데 약 55%가 암컷과 수컷 사이에 몸 크기 차이가 없거나 암컷이 수컷보다 컸던 것이죠.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생각은 진화론을 내세운 영국의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1809∼1882) 이후 지금까지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어요. 새끼를 낳고 길러야 하는 암컷은 신중하게 짝을 선택해야 하고, 수컷은 짝짓기에 성공하기 위해 다른 수컷과 경쟁해야 할 수도 있어요. 경쟁에서 수컷의 힘이 셀수록 선택받을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던 것.

하지만 톰박 박사는 “포유류 중 원숭이, 고릴라와 같은 영장류나 하마, 코끼리 등과 같은 우제류에만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라며 “포유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박쥐류나 다람쥐와 청설모 같은 설치류에 관해 관심이 적었다”고 했어요. 실제로 대부분의 박쥐류들은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다고 해요.

이번 연구가 모든 포유류 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것은 아니에요. 다만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사실이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요. 톰박 박사는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는 이론은 여전히 진화생물학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충분한 관심을 받는다면 편견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어요.

[한 뼘 더]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진화론의 아버지라 불리는 찰스 다윈은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어요. 하지만 성공한 작가, 예술가, 과학자 중 남성이 많다며 남성을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로 봤던 그의 관점은 현대에 이르러 비판받기도 해요. 이에 현대의 과학자들은 “진화 과정을 남성 중심적으로 해석한 그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하지요.

▶어린이동아 남동연 기자 nam0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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