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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가톨릭 국가 프랑스, 세계 최초로 헌법에 ‘낙태의 자유’ 명시
  • 장진희 기자
  • 2024-03-07 1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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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시민들이 의회가 낙태권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승인하는 생중계 방송을 보고 있다. 파리=AP뉴시스




여성 권리 운동의 역사는 낙태(태아를 인공적으로 없애 임신을 중지함)할 권리를 쟁취한 역사이기도 해요. 고대에는 가장(한 가정을 이끌어 나가는 사람)의 권위, 중세엔 신에 대한 도전으로 근대 형법(범죄와 형벌에 관한 법률)에 이르기까지 금지됐던 낙태는 1968년 프랑스 68혁명(학생, 근로자가 일으킨 사회변혁운동)과 1973년 미국의 ‘로 대(對·대할 대) 웨이드’ 연방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여성의 권리로 널리 허용되기 시작했지요.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다시 그 판결을 뒤집고 낙태권을 제한하자 프랑스가 16년 만에 헌법(한 나라의 최고법)을 고쳐 낙태는 ‘보장된 자유’라고 못 박고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헌법 국새(나라를 대표하는 도장)를 찍는 행사를 열어요.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한 나라는 프랑스가 처음이에요. 이미 법으로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달라지는 건 없지만 낙태권을 제한하는 입법(법률을 만듦)을 막는 효과는 있어요. 낙태의 ‘권리’와 ‘자유’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현지 법조계에선 별 차이는 없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치적 수사(말, 글을 꾸며서 하는 기술)를 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와요. 초당적(모든 당의 의견이 일치하는) 지지로 이뤄진 개헌(헌법을 고침)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의 자부심”, 총리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는 역사적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어요.


프랑스 혁명(1789∼1794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시민 혁명)기인 1791년 최초로 만들어진 근대적 형법을 근거로 프랑스에 낙태죄가 등장하게 됐어요. 1차대전으로 인구가 줄자 1920년 피임(임신을 피함)과 낙태 금지법을 만들었고, 2차대전 후 베이비붐(출생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이 일고 워킹맘(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여성)이 늘면서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생기자 1967년 피임, 1975년엔 낙태를 허용했지요. 낙태 합법화의 분수령(어떤 사건이 발생하는 전환점)이 된 사건이 1971년 ‘343명의 선언’이에요.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랑수아즈 사강, 카트린 드뇌브 등 저명한 여성 343명이 ‘나는 낙태했다’는 선언문을 발표한 것.


이후 낙태 허용 기간은 점차 확대됐고, 2013년부터는 비용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무상(요구하는 대가가 없음) 낙태’를 시행하고 있어요. 최근 29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프랑스가 스웨덴에 이어 두 번째로 낙태하기 좋은 나라로 꼽혔지요. 4명 중 1명이 낙태 경험이 있다고 해요. 미국에선 낙태가 나라를 두 쪽 내는 이슈이지만 프랑스는 가톨릭 국가임에도 성인 86%가 개헌에 찬성했어요. 1905년 정교분리(정치권력과 종교를 분리함)의 ‘라이시테’를 법제화(법률로 정해 놓음)해 시행해 온 영향일 거예요.


한국에선 출산 장려와 산아(아이를 낳음) 제한의 수단으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해 오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개인의 일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하는’ 낙태죄가 폐지됐어요. 정부는 임신 14주까지는 무조건, 15∼24주는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대체 입법안을 냈으나 국회에 제동(멈추게 함)이 걸려 있는 상황이에요. 낙태 가능 시기와 비용이 병원마다 제각각이어서 여성들만 위험에 내몰려 있는 상태이지요.


동아일보 3월 6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장진희 기자 cjh062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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