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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바다의 잡초'에서 '바다의 채소'로
  • 전선규 기자
  • 2024-01-28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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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김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에선 간식용 김이 인기다. 사진은 김에 찹쌀을 묻혀 튀긴 음식인 김부각



[1] 김 수출(국내 상품이나 기술을 외국으로 팔아 내보냄)의 역사는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말이 좋아 수출이지, 조선을 무단(허락이 없음) 통치한 일본이 완도 어민들에게 김 양식(물고기나 해조 등을 인공적으로 길러 번식함)과 가공법을 가르친 뒤 생산한 김 대부분을 강제로 빼앗아 갔지요. 광복 이후에도 김은 외화벌이(외국의 돈을 벌어들이는 일) 일등공신(일을 이루는 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어서 “완도에서는 개도 5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돌았어요. 김 최대 주산지(주로 생산되는 지역)가 지금은 전남 고흥인데요. 1978년 일본이 자국 어민을 보호하겠다며 한국산 김 수입을 막은 이후 전남 완도의 김 양식장이 미역, 다시마, 톳으로 바뀌면서부터예요.


[2] 한 세기(백 년 동안을 세는 단위)가 훨씬 지나 *김 수출은 1조 원 시대를 열었어요. 김을 대규모로 생산해 상품화하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뿐인데, 우리가 세계 시장의 70%를 휩쓸며 압도적 1위를 자랑하지요. 여의도의 218배 규모에 달하는 양식장에서는 중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김이 생산되는데 맛과 향 등 품질도 한국산이 우월해요. 특히 김 두께를 조절하는 가공(힘을 더해 무엇을 만듦) 기술이 탁월해 얇은 김밥용 김은 우리만 생산할 수 있어요.


[3] 해외에서 인기가 좋은 건 밥에 싸먹는 김보다 간식용 김. 김부각(김에 찹쌀을 묻혀 튀긴 음식), 김스낵, 김칩, 김스틱처럼 형태를 다양화하고 겨자, 김치, 치킨, 아보카도 등 각양각색의 맛을 입혀 나라별 입맛을 공략했어요.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남미 등 120개국으로 수출 시장을 넓힐 수 있었던 힘이지요. 얼마 전만 해도 서양에서 김을 먹으면 ‘검은 종이(black paper)’를 먹는다며 조롱받았지만 지금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고, 맛도 좋다’며 김 사진을 올릴 정도예요.


[4] 그래도 서구권에서는 여전히 김을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요. 미국에선 전체 가구의 5% 정도만 김을 먹는다고.  이를 바꿔 말하면 우리가 개척(새로운 영역을 처음 엶)할 시장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서 정부와 기업들은 바닷가에 버려진 해조류(바다에서 나는 조류)와 달리 김은 양식장에서 정성껏 키운 ‘바다의 채소(seavegetable)’라는 점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지요. 김 산업과 수출을 체계적으로 육성(길러 자라게 함)하기 위해 ‘김 산업 진흥구역’도 처음 지정했어요.


[5] 일본에선 양식 어민이 가공, 판매까지 도맡아 하는 사례가 많아요. 이와 달리 한국은 양식, 마른김 생산, 수출 등으로 분업화가 잘돼 있지만 진흥(떨쳐 일어남)구역을 만들어 한층 더 발전시키겠다는 것이지요. 1차로 선정된 곳은 친환경 김으로 유명한 전남 신안·해남군, 충남 김 생산의 95%를 차지하는 서천군이에요. 최근 서천에서는 전국 최초로 ‘마른김 거래소’가 문을 열었어요. 거래소(상품을 대량으로 사고파는 곳)를 통해 입찰(구매 희망자들에게 희망 가격을 제출하게 함) 방식으로 수출 계약을 진행해 김값을 제대로 받겠다는 취지이지요. 첫날부터 8개국 구매자들이 몰렸다고.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김이 ‘바다의 반도체’라는 이름값(명성이 높은 만큼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길 기대해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1월 24일 자 정임수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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