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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불길 속 두 아이 살리고 떠난 아빠, 부모 구하고 숨진 아들
  • 김재성 기자
  • 2023-12-28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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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소방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파트 화재 발화 장소의 집안 내부가 검게 그을려 있다. 도봉소방서 제공


[1] 함박눈이 소복하게 내린 성탄절 새벽 안타까운 화재 소식이 전해졌어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 고층 아파트 3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해 30명이 다치고 30대 남성 두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한 사람은 네 식구의 가장인 박모 씨(33)로 생후 7개월인 둘째 딸을 안고 4층 집 베란다에서 뛰어내려 딸은 살리고 본인은 숨졌어요. 다른 한 사람은 10층에 살던 임모 씨(38)인데 70대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맨 마지막에 탈출하다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어요.

[2] 숨진 박 씨는 단지 내 작은 아파트에 살다 둘째가 태어나자 집을 넓혀 이사 온 지 6개월 만에 참변(뜻밖에 당하는 끔찍하고 비참한 사고)을 당했어요. 박 씨는 “아이 받아주세요”라고 외치며 두 돌배기 첫째 딸을 경비원이 대피용으로 깔아놓은 재활용 종이 포대 더미 위로 던져 살리고 둘째를 안고 뛰어내렸어요. 뒤따라 뛰어내린 부인은 어깨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어요. 박 씨는 품에 안은 젖먹이를 위해 추락의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다 숨진 것으로 보여요. ‘호미(아버지)도 날이지만 낫(어머니)같이 날이 잘 들 리 없다’는 고려가요 ‘*사모곡’ 가사가 무색한(겸연쩍고 부끄러운) 부성애(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본능적인 사랑)예요.

[3] 또 다른 희생자인 임 씨는 자식의 부모 사랑도 부모의 자식 사랑 못지않음을 보여주었어요. 불이 나자 119에 최초로 신고한 후 부모와 남동생을 깨워 먼저 대피시키다 독한 연기를 마시고 쓰러졌어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자랑스러운 아들, 월급 받으면 맛집에 모셔가고 계절마다 새 옷을 사주던 살뜰한 아들이 깨어나지 않자 늙은 부모는 오열(목메어 욺)했어요.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네가 죽으면 어떻게 하니. 이제 우린 어찌 살라고.”

[4] 고층 아파트에 불이 나면 모든 층에서 스프링클러(물을 흩어서 뿌리는 기구)와 방화문(화재를 막기 위해 설치한 문)이 작동해야 하지만 이 아파트는 그런 규정이 생기기 전 지어졌어요. 소방 당국은 지난달 9일 화재 양상에 따라 세분화한 대피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부실한 행정의 틈새로 새어 나온 치명적 화마(화재를 마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를 막아낸 건 가슴 먹먹한 가족애(가족에 대한 사랑)예요. 이제 해마다 성탄절이 돌아와도 그리운 가족은 돌아오지 않아요. 살아남은 이들에게 슬픔의 성탄절이 아닌, 뜨거운 불길 속에서 목숨 걸 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고 떠난 아버지와 남편, 아들과 형을 기리는 사랑의 성탄절이 되길 바라요.

동아일보 12월 27일 자 사설 정리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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