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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헨리 키신저, 1923∼2023
  • 전선규 기자
  • 2023-12-05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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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난 헨리 키신저의 생전 모습.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닉슨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대화를 나누는 키신저의 모습


[1] 말년(인생의 마지막 무렵)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장관)은 구부정하고 어눌했어요. 때로 말을 알아듣기 어려웠지요. 그래도 ‘올빼미 눈’이라고 불려온 그의 눈빛은 그대로였습니다. 지난달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비판하고 중동지역의 분쟁 확산을 경고하는 그의 메시지는 명확했어요. 지난해 19번째 책을 내고 최근까지도 각종 강연과 기고(신문, 잡지 등에 싣기 위해 원고를 써서 보냄) 활동을 해온 키신저의 행보(일정한 목표를 향하여 나아감)는 100세라는 나이에도 거뜬히 계속될 듯 보였지요.


[2] ‘미국 외교의 전설’, ‘죽(대나무 죽·竹)의 장막(중국과 자유 진영 국가들 사이의 장벽)을 열어젖힌 미중 외교의 상징’…. 29일(현지시간) 타계(세상을 떠남)한 키신저에게 따라붙는 헌사(찬양하는 뜻으로 바치는 글)는 끝이 없어요. 국익(국가의 이익)을 앞세운 현실주의(현실을 중시함)를 바탕으로 냉전시대(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소련(현재의 러시아)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의 국제적 대립) 미국 외교의 밑그림을 그려낸 게 그였지요. 스스로를 역사가라고 칭했던 그는 1, 2차 세계대전 전후 유럽의 역사와 세력 구도, 비스마르크(독일을 통일한 정치가) 같은 인물에 천착(깊이 살펴 연구함)했어요. 핑퐁 외교(1971년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를 계기로 미중 관계가 개선된 일)로 중국을 끌어들여 소련과의 세력 균형을 시도한 외교 구상에는 이런 역사적 식견(보고 듣거나 배워서 얻은 지식과 견문)이 영향을 미쳤지요.


[3] 한국전쟁부터 베트남전쟁, 아랍과 이스라엘 갈등, 중남미 정쟁까지 키신저가 현직에서 다뤄 보지 않은 글로벌 외교 현안(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 있는 일)은 없어요. 기록해야 할 내용도 많았는지 그가 생전에 낸 회고록(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여 적은 기록)들의 분량만 3800페이지에 달해요. 퇴임 후까지 합쳐 그가 조언한 미국 대통령은 12명. 닉슨 행정부 때부터 유지돼온 대중 정책 기조를 뒤집어버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그에게 조언을 구했고, 중국과의 물밑(남들에게 드러나지 않고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상태) 통로로 그를 활용하려 했어요. 트럼프가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한 과정을 놓고 “1971년 닉슨 방중(중국을 방문함)을 성사시킨 키신저의 방식을 따라했다”는 학계 분석도 있어요.


[4] 미국 외교안보를 [  ㉠  ]해온 거목(위대한 인물)이 100세까지 장수한 기록은 전례 없는 장면들을 연출해냈어요. 50년간 봉인되는 기밀문서들이 그의 눈앞에서 해제돼 버린 것. 비정부기구(NGO·정부와 관계가 없는 민간에서 만든 기구) 등의 요구에 따라 국무부가 공개한 수천 페이지 분량의 녹취록에는 “소련이 유대인들을 가스실에 넣는다고 해도 그것은 인도주의적인(인간애를 바탕으로 인류 전체의 복지를 추구하는) 우려이지 미국이 걱정할 바가 아니다” 같은 냉혹한 발언들이 담겨 있었어요. 미국의 대만 정책 선회(태도나 주장이 다른 방향으로 바뀜) 같은 민감한 결정 과정부터 기자들과 나눈 밀담(남몰래 비밀스레 이야기함)까지 그대로 공개된 것은 그에게는 꽤나 민망한 일이었을 것이에요.


[5] 키신저가 95세부터 인생의 마지막 과업(꼭 해야 할 일이나 임무)으로 삼았던 것은 인공지능(AI)이 세계 외교안보에 미치는 영향 연구였어요. 그는 올해 에릭 슈밋 전 구글 CEO와 함께 쓴 책에서 핵무기보다 대응이 어려운 AI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이를 관리할 국가기구 설립과 전략 독트린(국제 사회에서 자기 나라의 정책상의 원칙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 마련 등을 제언했어요. 여기저기서 전쟁이 터지는데 미중 갈등은 심화하고 신기술의 위협까지 커지는 세상, 키신저의 경륜(큰 포부를 가지고 어떤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과 조언이 그리운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동아일보 12월 1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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