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뉴스
  • [눈높이 사설] ‘119 대 29’ 엑스포 유치 실패보다 더 허탈한 것은…
  • 김재성 기자
  • 2023-12-03 11:22: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건물 외벽에 엑스포 유치 기원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뉴시스



[1] 한국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행사 등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을 전쟁에 비유해 이르는 말)에서 ㉠고배를 마셨어요. 부산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9표를 받아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패했어요. 정부 안팎에선 또 다른 경쟁지였던 이탈리아 로마의 표를 흡수해 사우디와 2차 결선에서 승부를 지을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나왔으나 예상보다 큰 표차로 1차 투표에서 결론이 났어요.


[2]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 시민들의 열망 속에 민관(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 함께 뛴 509일의 대장정(멀고 먼 길)이었어요. 지난해 7월 정부 유치위원회 출범 후 민관 대표단은 지구 495바퀴를 도는 거리를 움직이며 182개 BIE 회원국 정상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어요.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땅)를 찾아다니며 부산의 매력을 알렸지요.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도 전 세계를 돌며 총력전을 펼쳤어요.


[3]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하기까지 한 결과예요.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어요. 그만큼 부산 시민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실망도 컸어요.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9일 대국민 담화를 갖고 “모든 것은 제 부족의 소치(어떤 까닭으로 생긴 일)”라며 “저희가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한 것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에요. 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에요.


[4]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유치 캠페인을 독려하고 사기(의욕이나 자신감 등으로 충만해 굽힐 줄 모르는 기세)를 진작(떨쳐 일으킴)시키기 위해 희망적인 표현을 쓸 수는 있지만, 전략을 짜고 이행을 진두지휘(전투나 사업 등을 직접 앞장서서 지휘함)하는 정부의 판단은 냉정해야 하고 그 근거가 되는 정보는 정확해야 해요.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 기관들이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어요. 일선(일을 실행하는 데에서 맨 앞장)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판세’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도 상부(더 높은 직위)에 차마 그대로 보고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말도 나와요. 정부 소통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에요.


[5] 사우디의 ‘오일머니’(석유를 팔아 벌어들인 돈) 물량 공세를 탓하거나 뒤늦게 유치전에 나선 전(前·앞 전)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에요. 오판(잘못 판단함)에 근거한 낙관론(밝고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국민 기대치를 과도하게 올리고 결과적으로 외교력과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정부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해요. 2035년 엑스포 재도전을 외치기에 앞서 이번 유치전의 실패 과정부터 철저히 돌이켜 봐야 할 거예요.



동아일보 11월 30일 자 사설 정리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한미약품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