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설치된 무인발급기에 행정전산망 오류 메시지가 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난 17일 오전부터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행정전산망이 먹통이 되면서 전국 주민센터 및 온라인을 통한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됐다. 뉴시스

[1] ‘전자정부 선진국’을 자처해온 한국에서 국가 행정전산망이 먹통(물건이나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이 되는 초유(처음으로 있음)의 사태가 벌어졌어요. 일선(직접 일을 다루거나 처리하는 위치)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전면 중단된 지난 금요일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가 필요한 전세계약, 금융거래가 올스톱(모든 것이 일제히 중단됨) 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어요. 사태 발생 후에도 담당 부처가 원인을 빠르게 찾아내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디지털 위기 대응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2] 이번 사태는 17일 오전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민원을 처리할 때 사용하는 ‘새올’ 시스템의 인증관리 체계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시작됐어요. 이어 일반인들이 온라인으로 민원서류를 발급받는 ‘정부24’ 서비스로 장애가 번졌지요. 이날 관공서 업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국민들은 장애와 관련한 안내문자도 받지 못했어요. 결국 정부24는 토요일 오전, 새올은 같은 날 오후까지 고장이 계속됐지요. *2002년 11월 전자정부 시스템 출범 후 이렇게 장시간 행정전산망(행정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국가 행정 기관들을 연결한 통신 조직망)이 마비(본래 기능이나 체계가 둔해지거나 멈춤)된 건 처음.

[3] 더 큰 문제는 주무 부처(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보는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산하 국가정보지원관리단이 조속한 원인 규명, 신속한 망 복구에 실패했다는 점이에요. 19일이 돼서야 행안부는 새올 네트워크 장비의 고장을 원인으로 지목했어요. 새올 장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곧 복구될 것이라던 사고 직후 설명과 달라져 ㉠오락가락 해명이란 비판이 나와요. 2000만 명이 가입한 시스템에 탈이 났는데 정상화에 56시간이나 걸린 늑장(느릿느릿 꾸물거리는 태도나 행동) 대처도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4] 게다가 올해 3월 법원 전산시스템 마비, 6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먹통 등 정부가 관리하는 전산망에서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어요.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이 사과하고, 재발(어떤 일이 다시 생기거나 일어남) 방지를 약속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전체나 그 뼈대에 관계되는) 문제가 있다는 의미. 이번 사태로 민원서류를 제때 발급받지 못해 계약 마감시한 등을 놓친 시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법률의 규정에 따라 남에게 끼친 손해를 물어 줌)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돼요.

[5] 천재지변(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같이 위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정부 전산망이 작동 불능(기능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됨) 상태에 빠진 건 ‘디지털 기술 강국’의 위상(관계 속에서 가지는 위치나 상태)을 깎아내린 참사(비참하고 끔찍한 일)예요. 민간 기업들의 네트워크 사고와 달리 국가 전산망 이상은 국가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돼요. 전산망이 완전히 정상화된 뒤라도 관리체계의 허점(주의가 부족해 생긴 빈틈)은 무엇인지, 외부의 ‘사이버 공격’은 없었는지 원점(시작이 되는 출발점)에서부터 ㉮낱낱이 밝혀내 재발을 막아야 해요.

동아일보 11월 20일 자 사설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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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동아 전선규 기자 3q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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