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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아이를 등원시키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요즘 딸들은 매사(모든 일)에 똑 부러져요. 초중고교 시상식은 알파걸(도전 정신과 성취욕이 강한 여성)들 잔치이고 대학 진학률은 2009년부터 남학생을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졸업 후 취업 시장에서도 여성들의 약진(힘차게 나아감)이 두드러지지요. 그런데 한창 사회 경력을 쌓을 즈음이 되면 더 올라가지 못하고 마(극복해 내기 어려운 장벽)의 취업곡선인 ‘M’의 계곡에 빠지는 이들이 많아요. 알파걸에서 시작해 커리어우먼(직업을 갖고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려다 *‘경단녀’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력단절여성은 139만7000명이에요. 다행히 매년 줄고는 있지만 기혼(결혼을 함) 여성의 17%가 경단녀이고, 핵심노동인구(25∼54세)로 좁히면 10명 중 4명이 경력 단절을 겪고 있습니다. 20대 후반 70%가 훌쩍 넘는 여성 고용률은 30대 후반이 되면 60%로 떨어졌다가 50이 돼서야 회복되는 ‘M’자형을 나타내요. 고용률이 푹 꺼지는 시기는 결혼과 육아의 시기입니다. 회사 어린이집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에 운 좋게 빈자리가 있지 않고서는 200만 원이 넘는 ‘이모님(일정한 보수를 받고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 비용과 연봉(일년 동안 받는 보수의 총액) 사이에서 고민하다 애써 쌓아온 경력을 포기하고 집에 들어앉게 되지요.

한번 단절된 경력을 이어가기는 힘들어요. 경력 단절이 시작되는 평균 연령은 29세, 경력 단절 기간은 8.9년입니다. 벤처기업협회가 40세 이상 경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재취업(직장을 그만두었던 사람이 다시 일함)을 원하는 일자리로 대기업이나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함께 묶어부르는 말)’의 첨단산업 관련 직무 혹은 홍보·마케팅(상품이 잘 팔리도록 기획하는 일) 업무를 꼽았어요. 하지만 경단녀 일자리는 전일제(매일 일정한 시간동안 규칙적으로 일하는) 사무직이나 전문직종은 드물고 판매직이나 서비스직이 대부분. 재취업 후 처음 받는 월급은 경력 단절 이전, 그러니까 9년 전에 받았던 월급의 85%밖에 안 됩니다.

선진국 가운데 여성의 노동생애(일을 할 수 있는 일생의 기간) 고용률이 M자형을 그리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어요. 다른 나라는 25∼54세 고용률이 70%대를 유지하는 ‘∩’자형입니다. 한국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54.6%)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3.2%)보다 높지만, 35∼39세 고용률 순위는 OECD 38개 회원국 중 34위. 일본은 경단녀 재취업을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늘리는 적극적인 ‘M자 커브 해소’ 정책으로 0∼14세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을 70%로 끌어올렸습니다. 한국은 60%가 안 되지요.

승승장구하던 알파걸들은 선배 경단녀들을 보며 결혼과 출산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지금처럼 인구가 줄다가는 45년 후엔 인구의 절반이 일해 나머지 절반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기가 올 거예요. 아이가 생겨도 하던 일 계속하고 언제든 취업 시장에 다시 뛰어들 수 있도록 보육 인프라(사회에 갖추어진 시설)는 탄탄해지고 노동시장은 유연(여유가 있다)해져야 합니다. 140만 경단녀를 ‘경보녀’,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꿔 부를 수 있어야 저출산 극복도, 경제성장도 가능해질 거예요.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동아일보 7월 12일 자 이진영 논설위원 칼럼 정리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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