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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다시 취업 안 하겠다”… ‘번아웃 청년’ 29만 명
  • 이선행 기자
  • 2023-06-13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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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한 청년이 채용공고 게시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인생에는 세 번의 고독(매우 외롭고 쓸쓸함)한 기간이 찾아온다는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팀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죽음이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80대 △체력과 수입이 함께 꺾이는 50대 △그리고 뜻밖의 시기가 20대예요. 인생의 봄날 같은 20대에 취업과 진로, 결혼 같은 인생의 중대사(아주 큰 사건)를 결정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에 시달린다는 것. 가뜩이나 불안한 청춘인데, 한국의 청년들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를 거치면서 비관(인생을 어둡게만 보아 슬퍼하거나 절망스럽게 여김)과 좌절, 분노를 일상으로 품고 지냅니다.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숫자가 니트(NEET)족 청년 39만 명이에요. 지난해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15∼29세 청년 백수들이 국내에 이만큼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구직(일정한 직업을 찾음) 활동도 포기하고 그냥 쉬고 있어 실업자에도 잡히지 않아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니트족이 증가했다지만, 한국의 니트족 비율은 북유럽 국가의 7배가 넘는 것으로 분석될 만큼 심각한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니트족 39만 명 가운데 직장 경험이 있는 사람이 29만 2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에요. 바늘구멍 같은 취업 관문(반드시 거쳐야 하는 부분)을 뚫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한 뒤 다시 취직할 생각도 않는 청년들이 이렇게나 많은 것. 일을 그만둔 뒤 1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도 6만 명에 육박합니다. 짧은 직장생활과 오랜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감정적으로 지쳐 무기력해진 ‘번아웃(어떤 활동이 끝난후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 청년’이라고 가리킬 만하지요.


동아일보 취재팀이 만난 ‘번아웃 청년’들은 “취업 준비만 3년 했지만 입사한 중소기업은 힘들고 나와 맞지 않았다”,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신입 생활에 지쳤다”고 호소했어요. 무기력한 청년들이 쌓이는 것은 그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빈약한 탓이 큽니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지만, 이에 걸맞은 질 좋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고 있는 것. 얼마 전 현대차가 10년 만에 실시한 생산직 공채(공개적으로 사람을 뽑음)에 수만 명이 몰려 채용 사이트가 마비된 건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기대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줍니다.


이런 청년들에게 ‘의지만 있다면 못 할 일이 없다’라거나 ‘계속해서 걸어가라’ 같은 자기계발서(자신의 재능 따위를 일깨워 주는 도서)식 조언을 하는 건 번아웃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어요. 일본에서는 장기 불황(경제 상황이 제자리에 머무는 상태)이 시작된 1990년대 초 취업 적기(알맞은 시기)를 놓친 청년들이 집에 틀어박히면서 히키코모리(집 등 특정 공간에서 나가지 않는 사람)가 됐습니다. 이들이 현재 60만 명이 넘는 중장년 히키코모리가 돼 사회 문제가 되고 있어요. 한국의 번아웃 청년들이 ‘잃어버린 세대’가 되지 않도록 전방위(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친) 노력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청년들이 자포자기(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아니함) 심정으로 구직(직업을 찾음) 대열(어떤 활동을 목적으로 모인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나라는 미래가 없습니다.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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