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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10명 중 6명은 학점 'A'
  • 이선행 기자
  • 2023-05-14 1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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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사설] 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서울대학교 정문.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 대학의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대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교수들의 많은 수는 ‘A 폭격기’라고 불리는 이들이에요. A 학점을 너그럽게 주는 교수나 강사의 과목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지요. 학점에 한 단계 높은 플러스(+)를 몰아주는 ‘쁠몰’ 강의는 학생들의 평가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어요. 이런 강의를 듣기 위해 학생들은 새벽부터 인터넷 수강신청 시스템에서 ‘광클(매우 빠른 속도로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 전쟁’을 벌이지요. ㉠“점수가 사해보다 짜다”는 불만을 듣는 교수들은 설 자리를 찾기도 힘들 정도예요.


성적표에서 ‘A’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아요. 교육부 대학알리미 등에 따르면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서 지난해 2학기 전공과목 A 학점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57∼59%에 달했습니다. 재학생 5000명 이상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A 학점이 가장 많은 이화여대의 경우 그 비율이 60.8%. 10명 중 6명 가까이 A 학점을 받은 것이에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평가 시스템이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뀐 영향이 컸습니다.

학점 인플레이션(물가 등이 오르는 ‘인플레이션’에 비유해 ‘무엇이 오른다’는 뜻을 나타내는 표현)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에 교수들은 난감한 표정. 학점이 장학금과 편입(어떤 학년에 도중에 들어가거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다른 학교에 들어감), 취직 등에 직접 연결되는 현실에서 평가의 엄정성(엄격하고 바른 성질)만 외치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평가 이의(반대하는 의견을 냄)신청 기간이면 “내 인생 책임져 주실 거냐”는 학생부터 장학금이 얼마나 절실한지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방문과 이메일이 줄을 잇는다고 해요. 0.1점이라도 더 받으려고 신입생들도 고3처럼 공부하는 게 요즘 대학가 풍경. 치열해지는 경쟁이 학점 부풀리기 현상을 가속화(속도를 더하게 됨)하고 있는 것이지요.

학점에 민감해지는 건 해외 대학생들도 마찬가지. 지난해 미국 뉴욕대에서는 화학 분야의 이름 있는 교수가 “강의가 어렵고 학점도 낮게 준다”는 수강생들의 집단 항의로 학교에서 해고된 일도 있었어요. 당시 350명의 수강생 중 80여 명이 “지나치게 엄격한 평가가 학생들의 배움과 행복을 저해(막아서 못 하도록 해침)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했어요. 평가 기준과 학점의 문제를 떠나 팬데믹 기간 떨어진 교육의 질 문제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방식까지 간단치 않은 고민거리들을 대학가에 던졌어요.

평가는 결국 변별력(좋고 나쁨을 가리는 능력)의 문제예요. A 학점으로 도배된 성적표만으로 인재를 보고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진 구인(일할 사람을 구함) 기업이나 기관들은 결국 다른 기준을 요구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 학생들은 이미 공모전과 자격증, 각종 대외활동 등 또 다른 스펙 쌓기에 한창. 성적 줄 세우기를 넘어 활동 분야를 다양화하는 장점이 있다지만 이 또한 경쟁 부담이 작을 리 없어요. 상아탑(‘대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에서 학문 연구에 몰입해보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지요. 모든 인플레이션이 그렇듯 학점 또한 결과적으로는 더 큰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어린이동아 이선행 기자 opusno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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