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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각 그랜저'의 귀환
  • 김재성 기자
  • 2022-11-17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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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최근 출시된 그랜저의 7세대 모델 ‘디 올 뉴 그랜저’의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1986년 출시된 1세대 그랜저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1]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는 과거 한때 부(富·부유할 부)의 상징이었다. 사업에서 성공한 회장, 사장들이 타고 다닌다고 해서 ‘회장님 차’로 불렸다. 1986년 출고(생산품을 시장에 냄) 당시 가격이 최고 2000만 원대 후반으로 소형 아파트 한 채 값과 맞먹었다. ‘모래시계’ 같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조폭 두목들이 타는 ‘형님 차’로도 알려졌다. 부유층 자제들이 “건방지게 그랜저를 가로막는다”며 차선 변경으로 시비가 붙은 다른 차 운전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 1세대 그랜저는 모서리가 네모난 박스에 바퀴를 달아놓은 듯한 디자인 때문에 ‘각 그랜저’라고 불렸다. 곧은 직선의 디자인이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대형 차체(자동차 등의 몸체)에 강인하고 단단한 이미지를 심어줬다. 현대차가 15일 새로 선보인 7세대 그랜저는 36년 전의 이 모델 디자인을 곳곳에서 차용(빌려서 씀)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량의 외관(겉으로 드러난 모양)에 복고풍(과거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제도나 풍속)의 레트로(과거의 모양이나 풍습 등으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하려는 것) 감성을 덧입혔다. 그랜저를 고급 국산차의 대표 모델이자 성공의 상징으로 기억하는 기성세대(현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나이가 든 세대)의 향수(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를 소환한 것이다.


[3]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선다. 개인의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적 아이콘이자 한 시대의 경제, 사회상을 반영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랜저가 출시된 해는 한국이 아시아경기를 치러내고 1988년 서울 올림픽이라는 굵직한 국제 행사 개최를 앞둔 때였다. 가파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부가 팽창(부피가 커짐)하던 시기, 고층 아파트의 숲이 들어서고 집집마다 컬러TV가 놓였다. ‘마이카’(개인 전용 자동차)의 개념이 생겨난 것도 이즈음이었다. 자동차로 재력(재산상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했던 욕구가 치솟은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4]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5000달러에 육박(바싹 가까이 다가붙음)하는 2022년, 자동차가 반영하는 시대상도 변했다. 운전기사가 모는 시커먼 대형차보다는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모는 컬러풀한 고급 세단이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주목받는다. 시대 흐름을 따라가야 하는 브랜드의 진화도 계속된다. 6세대를 거치며 대중화돼온 그랜저의 주 소비층 연령은 5060세대에서 3040세대로 낮아지고 있다. 젊어진 감각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인 럭셔리(호화로운) 외제차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5] 30여 년 전의 자동차 콘셉트를 되살리는 시도는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파워와 성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겠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한국 차의 품질은 변변한 자체 기술 하나 없어 일본 기업과 손잡아야 신차를 개발할 수 있었던 1980년대와는 급이 달라졌다. 그래도 자율주행을 비롯한 첨단기술 개발의 길은 여전히 멀다. 과거 유산에 바탕을 둔 복고 열풍 속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은 더 앞선 미래에 박혀 있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11월 16일 자 이정은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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