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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높이 사설] 69년 만에 새겨진 이름들
  • 김재성 기자, 이수현 기자
  • 2022-07-31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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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설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쓴 ‘눈높이 사설’이 월, 수, 금 실립니다. 사설 속 배경지식을 익히고 핵심 내용을 문단별로 정리하다보면 논리력과 독해력이 키워집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설치된 ‘추모의 벽’에서 한국전쟁 전사자 유족들이 꽃을 올리고 있다. 국가보훈처 제공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린 27일(현지시간), ‘추모의 벽’에 꽃다발이 놓여있다. 워싱턴=AP뉴시스 


[1]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큰 사건이 갑자기 일어남)하자 윌리엄 웨버는 육군 187 공수낙하산 부대 작전장교로 참전했다. 이듬해 원주 전투에서 병력(군대의 인원)이 4배나 많은 중공군(당시 중국의 군대)을 상대로 12시간 동안 격전(치열한 전투)을 치렀다. 결국 웨버는 오른쪽 팔을 잃고,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다. 그가 각종 행사에서 왼손으로 경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1980년 대령으로 예편(군인이 민간인이 됨)했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한국전쟁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민간운동을 주도했다. 1995년 한국전쟁 참전비 19인 용사상 건립(건물 등을 만들어 세움)에 이어 전사자(전쟁터에서 적과 싸우다 죽은 사람) 이름을 새긴 ‘추모(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의 벽’을 세우자고 했다. 워싱턴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 세워진 추모의 벽 제막식(완공을 알리는 의식)이 정전(전쟁을 멈춤) 기념일인 지난달 27일 열렸다.


[2] 그러나 건립 과정은 순탄(험하거나 까다롭지 않다)치 않았다. 당장 287억 원에 달하는 건립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문제였다. 미국 의회는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법안은 통과시켰지만 정부 예산은 쓰지 못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취지에 공감한 한미 양국의 민간단체가 모금에 나섰다. 그러나 민간 차원의 모금은 4년 넘도록 ㉠지지부진했다. 뒤늦게 한국 정부가 건립 비용의 거의 대부분을 지원하면서 결실(일의 성과)을 맺을 수 있었다.


[3]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이 벌인 전쟁)과 베트남전(베트남의 통일 과정에서 미국과 벌인 전쟁) 참전비엔 전사자 명단이 새겨져 있지만 한국전쟁 기념비에는 없었다. 그래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중심으로 전사자 이름도 새겨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 판에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3만6634명, 한국군 카투사 7174명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졌다. 누구보다 제막식을 보고 싶어 했을 웨버 대령은 올 4월에 세상을 떠났다.


[4] 고 웨버 대령은 평소 한국전쟁을 ‘다섯 문단 전쟁’이라고 불렀다. 미 고교 교과서에 한국전쟁을 다룬 대목이 고작 다섯 문단에 불과해서다. 그만큼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 취급을 받았다. 2차 세계대전과 달리 한국전쟁에선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해 빨리 잊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참전은 1952년 대선에서 집권 민주당이 공화당에 패배하는 한 원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참전용사들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엄청난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승리를 증명한다”고 말하고 있다.


[5] 미국의 참전용사들은 한국전쟁을 기억하고, 되살리기 위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참전한 전우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자긍심(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을 고취(힘을 내도록 용기를 불어넣음)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우리도 추모의 벽에 한 줄 이름만 남기고 떠난 수많은 청춘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정전 69년 만에 새겨진 이름들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동아일보 7월 27일 자 정연욱 논설위원 칼럼 정리

※오늘은 동아일보 오피니언 면에 실린 칼럼을 사설 대신 싣습니다.​




▶어린이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이수현 기자 issue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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