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어사전에 ‘얼짱’ 등장할지도…”
레알 빠래 뺃미 등 ‘외계어’는? “많이 쓴다고 다 올릴 수는 없어”

 

레알(진짜) 빠래(감탄사) 뭥미(뭐야).
동아어린이기자 한동균(서울 가동초 3) 정진웅 군(서울 목운초 5)과 신소라(서울 지향초 4) 정수연 양(서울 청담초 6)이 문의한 단어들이다.
“초등학생들이 쓰는 ‘외계어’가 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일인가요, 아니면 고쳐야 할 일인가요?”
동아어린이기자 4명은 9일 한글날 564주년을 앞둔 5일 서울 강서구 국립국어원에서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을 만났다.

 

 

 

○‘외계어’의 정체를 파악하라, 출동!

권 원장의 작문이 실렸던 1966년 2월 19일자 ‘소년동아일보’.

①옛날에도 어린이들만 쓰는 말이 있었다?

동아어린이기자는 권 원장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쩐다’(대단하다)라는 말의 뜻을 아세요?”
권 원장은 “모른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에도 학생들끼리 쓰는 유행어가 있었지만 아버지 할아버지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말이었어요. ‘웃기네’ ‘좋아하네’ 등은 ‘정말 좋다’는 말이 아니라 비꼬면서 쓰는 말이었어요. 또 ‘남녀칠세부동석’을 바꿔 ‘남녀칠세지남철’이라는 말을 썼지요. ‘남자와 여자는 7세가 넘으면 자석처럼 가까워진다’는 뜻으로 재미있게 바꾼 것이지요. ‘쩐다’ 같은 말을 쓰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또래끼리는 쓰지만 어른들과 대화할 때는 뜻이 통하지 않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지요.”

 

②레알 빠래 뭥미는 국어사전에 실릴 수 있을까?

정 양은 “새롭게 등장하는 말이 국어사전에 실리는 기준”을 물었다.
권 원장은 “‘얼짱’은 사람들이 다 아는 말이지만 아직 사전에는 없다. 내년에는 사전에 실릴지도 모르겠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먼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을 조사합니다. 하지만 많이 쓴다고 해서 다 올라갈 수는 없지요. ‘국어심의회’ 회의를 거쳐 사전에 들어가도 좋은 말인지 아닌지를 결정합니다. 대표적인 국어사전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현재 51만 개의 단어가 있지만 내년에는 100만 개로 늘릴 예정입니다. ‘놀이동산’ ‘우주정거장’ ‘시골길’은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이지요? 하지만 아직 국어사전엔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단어들은 내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릴 것입니다.”

 

③‘아이스크림’의 북한말은 ‘얼음보숭이’가 아니다?

이번에는 권 원장이 동아어린이기자들에게 돌발 질문을 던졌다.
“아이스크림의 북한말이 뭔지 아나요?”
동아어린이기자들의 자신 있는 대답. “얼음보숭이요!”
권 원장은 “잘못 알고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에스키모’가 정답입니다. 북한의 아이스크림 제조회사 브랜드인데 ‘아이스크림’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하지요. 북한에 가서 얼음보숭이를 달라고 하면 아마 못 알아들을 겁니다. 또 북한에도 청소년 용어가 있지만 너무 거칠어서 차마 알려줄 수가 없겠군요.”

 

○권 원장의 선물

권 원장은 인터뷰 전 동아어린이기자들에게 ‘깜짝 선물’을 했다.
1966년 2월 19일자 ‘소년동아일보’를 가지고 온 것. 신문 8페이지에는 ‘경북 봉화 상운교 6년 권재일 군’의 글이 실려 있었다. 권 원장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쓴 작문이 ‘우리들의 페이지’(현재의 ‘우리들 차지’)에 실린 것이다.
“동아어린이기자들이 온다는 말에 장롱 속에 간직하고 있던 것을 꺼내 왔습니다. 정말 기뻤지요. 여러분도 40, 50년 뒤 동아어린이기자들이 찾아오면 여러분이 실린 신문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권 원장은 “한글은 만든 사람, 만든 때, 만든 원리가 정확하게 알려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글자”라며 “한글의 가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edit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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