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2001 문예상 월말장원(6월)/산문]상쾌한 하루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7-02 1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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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토요일 오후면 점심을 맛있게 먹고 집에서 네 블록 거리에 있는 대형서점에 책을 보러 자주 간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그 책을 부모님께 다 사달라고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도 우리 반 친구인 경진이가 새로 나온 재미난 이야기책을 샀다는 말에 나는 그 책이 보고 싶어 대형서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네 블록밖에 되지 않지만 큰 건널목을 2개나 건너야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 건널목에 섰더니 신호등이 금방 초록불로 바뀌었다. 나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길을 다 건너가고 신호등이 빨강불로 바뀐 다음에 갑자기 “빵빵∼” 하고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내가 방금 건너온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해서 길 한가운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는지…. 그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려니 올해 여든이신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신데다 몸도 불편하셔서 하루종일 방에만 계신다. 어쩌다 동네구경이라도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밖에 나가실 수 있다. 우리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그 할아버지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게 서 있는 그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오른팔과 오른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물밀듯이 건너가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가고 초록불이 깜빡거리는데도 할아버지를 부축한 나는 아직도 차선 하나를 다 건너지 못했다. 열심히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갔지만 벌써 신호등은 빨강불로 바뀌어 있었다. 멈칫하며 서 있는 우리에게 남은 차선에서 기다리던 운전사 아저씨가 건너가라고 우리에게 손짓을 해주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나는 무사히 건널목을 다 건널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기다려준 운전사 아저씨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운전사아저씨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오아아따, 오아아따.” 건널목을 다 건넌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는 것 같았다. 말씀하시는 것도 힘드신가 보다. 건널목을 무사히 건너고 집으로 향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 우리 할아버지께 안부전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상쾌한 하루였다. 권서진(경기 구리시 구지교 5-1) ▽심사평 좋은 글을 쓰려면 사물(어떤 일이나 물건)을 찬찬히, 천천히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사물을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나 이야기가 있고, 거기 의미가 들어있게 마련이다. 글쓰기에서 이것을 관찰이라고 한다. 백지선(경기 광명시 광명동교 4)의 ‘강낭콩은 자연선생님’은 글이 좀 산만하다. 차라리 관찰일기 형식을 취하고 거기 생각을 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장원으로뽑힌 ‘상쾌한 하루’는 읽는 이의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다. 글쓴이의 마음씨도 아름답고 배운대로 실천하는 똑바른 생활 모습도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눈이 좋다. 다만 ‘그랬더니’, ‘있으려니’ 등의 이음새 부분을 다시 생각해보고, ‘네 블록’이라 썼으면 ‘2개’를 ‘두 개’로 통일했어야 좋았지 않을까. 말도 마찬가지지만, 글은 특히 한 번 발표되면 되고칠 수 없기 때문에 여러번 읽어보고 다듬어야 한다. 이경진 어린이(경기 부천시 원종교 5)의 ‘알뜰바자’는 잘 짜여진 글이다. 특히 ‘바자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만들어 낸다…’는 마지막 부분이 좋았다. 강정규(동화작가)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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