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토요일 오후면 점심을 맛있게 먹고 집에서 네 블록거리에 있는 대형서점에 책을 보러 자주 간다.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그 책을 부모님께 다 사달라고 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보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에도 우리 반 친구인 경진이가 새로 나온 재미난 이야기책을 샀다는 말에 나는 그 책이 보고 싶어 대형서점에 가려고 집을 나섰다.
네 블록밖에 되지 않지만 큰 건널목을 2개나 건너야 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 건널목에 섰더니 신호등이 금방 초록불로 바뀌었다.
나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길을 다 건너가고 신호등이 빨강불로 바뀐 다음에 갑자기 “빵빵∼”하고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게 울렸다.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랬더니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 한 분이 내가 방금 건너온 횡단보도를 다 건너지 못해서 길 한가운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서있는 모습이 얼마나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는지….
그 할아버지를 보고 있으려니 올해 여든이신 우리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우리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으신 데다 몸도 불편하셔서 하루종일 방에만 계신다. 어쩌다 동네구경이라도 하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밖에 나가실 수 있다. 우리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그 할아버지를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기를 기다렸다가 땀을 뻘뻘 흐리며 힘들게 서 있는 그 할아버지 곁으로 다가갔다. 오른팔과 오른 다리가 불편하신 할아버지의 팔을 잡으며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물밀듯이 건너가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다 건너가고 초록불이 깜빡거리는데도 할아버지를 부축한 나는 아직도 차선 하나를 다 건너지 못했다.
열심히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갔지만 벌써 신호등은 빨강불로 바뀌어 있었다. 멈칫하며 서 있는 우리에게 남은 차선에서 기다리던 운전사아저씨가 건너가라고 우리에게 손짓을 해주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나는 무사히 건널목을 다 건널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기다려준 운전사 아저씨께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운전사 아저씨도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셨다.
“오아아따, 오아아따.”
건널목을 다 건넌 할아버지는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는 것 같았다. 말씀하시는 것도 힘드신가 보다. 건널목을 무사히 건너고 집으로 향하는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보고 집에 돌아가면 우리 할아버지께 안부전화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은 정말 기분이 상쾌한 하루였다.
권서진(경기 구리시 구지교 5-1)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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