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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알뜰 바자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6-11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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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알뜰 바자

원종 초등학교 어머니회의 주관으로 알뜰 바자가 학교 운동장에서 개최되었다. 교실 창문 너머 어머니들이 이리저리 준비하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원종 어린이들이 손질해 기꺼이 내놓은 물건들을 보기 좋게 진열하시는 어머니도 계시고, 먹을거리를 준비하시는 어머니도 계셨다. 간간이 음식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로 들어와 배가 고파왔다. 이번 바자는 나에게 특별했다. 그것은 내가 직접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음식을 만드는 것도,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었지만 지난 바자까지는 엄마께서 내가 입다가 작아서 못 입게 된 옷이나 신발, 또는 장난감 등을 깨끗이 손질해 주시면 그냥 학교에 내는 그런 식의 참여를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주인공이 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책상 서랍을 열어보았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수첩을 하나 꺼내고 12개 들이 색색 사이펜과 볼펜 등을 비닐 봉지에 담았다. 제법 무거운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넣었다가 뺐다를 몇 번이나 반복하였다. 하지만 나에게 있으면 책상 속에 묻혀 빛을 못 볼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가면 사랑 받으며 유용하게 쓰일 생각을 하니 저절로 포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이번 알뜰 바자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무대에서의 주인공은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바자에서의 주인공은 연습도 필요없는 정말 쉬운 역할이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운동장으로 달려나가 물건이 진열되어 있는 장소를 찾아내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혹시 내 물건이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다른 주인을 만나 떠나버린 뒤였다. “뭐가 바빠 그렇게 빨리 떠나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싸게 구입했다고 싸구려 취급하는 그런 주인이 아니길 빌게. 그리고 아무리 예쁘고 좋은 물건이 나와도 너를 더 많이 사랑해 주는 좋은 주인을 만나서 오랫동안 사랑 받기를 바란다. 안녕.” 아쉬운 마음에 혼자 중얼거렸다. 바자는 수많은 주인공들을 만들어낸다. 아름다운 마음으로 물건을 내놓는 어린이, 잘 손질해 진열대에 올려 주는 어머니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해 가는 절약정신이 돋보이는 사람, 모두모두가 위대한 주인공이다. 이경진(경기 부천시 원종교 5-3)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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