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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반가웠던 열쇠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4-23 1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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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반가웠던 열쇠

아침이었다. 다른 날보다 좀 늦어서 서두르고 있었다. 교복을 걸치며 교실 열쇠가 있는지 주머니를 만져봤다. 그러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다가 이번에는 가방을 열어보았지만 역시 없었다. 어제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잃어버린 것 같았다. 넘어지기도 하고 심하게 몸싸움을 하는 동안 흘려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다른 날보다 늦었는데 뭘 꾸물거리고 있니?” “아니에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어머니께 꾸중을 들을까봐 얼른 현관문을 나서 학교로 향하였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교실 출입문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부끄럽고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이었다. 더욱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복도에서 떨고있을 일찍 온 아이들의 원망어린 눈초리가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며칠전 선생님께서 “학급 출입문 열쇠를 누가 맡으면 좋겠니”라고 물으셨다. 여러 친구들이 손을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웃는 얼굴로 “책임감과 부지런한 친구가 맡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결국 내가 끝까지 주장해서 학급 열쇠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교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교실로 다가가자 아이들이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보자마자 소리쳤다. “야, 왜 이제 오는거야? 밖에서 떨고 있었잖아.” “빨리 와서 교실 문을 열어 놓아야지. 빨리 문이나 열어.”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그냥 있었다. “왜? 열쇠를 잃어버렸니?” “그럴 줄 알았어. 양보도 안하고 열쇠 당번 한다고 할 때 알아봤지.” 나는 아이들의 빈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밖을 내다보며 서있었다. 이제는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원망하는 소리를 듣고 서 있는 시간이 그렇게 길 수 없었다. 짝인 여학생도 입을 삐죽거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후 선생님이 오셨다. 친구들은 내가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서로 이야기하느라 야단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문을 열고 들어가 교실에 앉자 하나를 더 만들어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시면서 잘 찾아보라고 하셨다. 나는 슬그머니 교실을 나와 운동장으로 향하였다. 어제 넘어졌던 곳으로 가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버린 과자껍질 하나가 바람에 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이 추웠다. 넓은 운동장을 다 뒤져볼 수가 없어서 그냥 돌아섰다. “침착하지 못한 너의 버릇을 고쳐야 될거야.” “항상 덤벙거리지 말고 차근차근히 하렴.” 부모님의 말씀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복도에 들어와 사물함을 열었다. 다음 시간이 미술이라 준비물을 꺼내려고 가방 앞 작은 주머니를 여는데 무엇이 만져졌다. 꺼내보니 열쇠였다. 반짝이는 열쇠가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어제 미술 준비물과 함께 넣어둔 것을 깜빡 했던 것이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큰집에 가셨다가 하룻밤을 주무시고 오신 엄마를 보았을 때보다 더 반가웠다. 바보같은 나의 행동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갔다. 최수용(경북 포항시 포철지곡교 6-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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