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폐품 가져가는 날이지?” 어제 밤에 묶어놓은 신문을 보고 엄마가 물어보셨다.
“엄마, 무거워서 어떻게 들고 가지?”하니 엄마는 “머리에다 이고 가면 되지”하며 호호 웃으셨다.
우리 학교에서는 한달에 두 번 폐품 수집을 한다. 폐품을 가져가는 날은 너도나도 신문을 들고 낑낑거리며 쉬고, 또 쉬고 무거워서 못가져가면 부모님들께서도 들어다 주신다.
학교에 도착해 보니 큰 트럭의 반이상이 폐품으로 차있고, 운동장에 죽 줄을 서 저울에 폐품을 달고 있었다. 저울에 신문을 올려놓으면 몇㎏인가 달아보고 조그만 쪽지에 적어주신다.
내가 가져간 신문을 달아보니 7㎏이었다. 그런데 7㎏짜리 쪽지를 2장 받은 것이다. 엄마가 받은 줄 모르고 내가 이쪽에서 또 받은 것이다. 나는 7㎏쪽지를 보니까 철민이를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엄마! 그 쪽지 저 주세요. 철민이 주게요.”
엄마는 “안돼. 철민이도 가져왔을거야.”
“그럼, 2학년때 단짝이었던 준규한테 줄게요.”
“너, 왜그러니?” 엄마가 물으셨다.
“준규는 집이 멀어서 못 가져왔을거예요.” 나는 7㎏짜리 쪽지를 달라고 계속 졸랐다.
엄마는 “늦겠다. 얼른 교실로 들어가”하시면서 교문쪽으로 가셨다. 교실로 들어와 선생님께 쪽지를 드렸더니 내 이름이 있는 곳에 7㎏이라고 적어주셨다.
나는 하루종일 7㎏이 궁금했다. ‘엄마는 그 쪽지를 왜 집으로 가져갔을까? 내 친구 주면 어때서….’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막∼ 달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엄마 7㎏짜리 쪽지 어디있어요?”
엄마는 “의정아 가져가지도 않은 신문을 가져갔다고 하면 안되잖아. 폐품 수집하는 아저씨들이 집에 가서 달아보면 7㎏이 모자랄 것 아니냐? 그래서 그 쪽지는 트럭 안에 계신 아저씨에게 드렸다.”
“7㎏이 안되면 속상해 하실까봐요?”
“그래. 그렇지 잘 아네.”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7㎏짜리 쪽지를 친구에게 주지않은 것이 다행이다. 운동장에서 7㎏짜리 쪽지를 달라고 엄마를 따라다니며 조르지 말 걸 그랬다.
이의정(서울 학동교 3-1)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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