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세상
  •  [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자매 팔찌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4-09 16:13:00
  • 인쇄프린트
  • 글자 크기 키우기
  • 글자 크기 줄이기
  • 공유하기 공유하기
  • URL복사

[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자매 팔찌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섰다. 교문앞에서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말하면서 허리를 구부린 채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무얼까?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나는 나도 모르게 그곳으로 다가갔다. 거기서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돗자리를 펴 놓고 액세서리를 팔고 계셨다. 목걸이, 팔찌, 반지 등등 예쁜 물건이 많이 있었다. 얼른 주머니를 뒤져보니 1000원짜리 한 장이 나왔다. 나는 돈을 들고 팔찌를 고르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를 보다가 내 눈에 띈 것은 예쁜 강아지 팔찌였다. 팔찌 한 개만 골라서 돈을 내려던 참이었다. 옆을 보니 귀여운 저학년 꼬마가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내 동생 정은이가 생각났다. 평소의 내 동생은 얄밉고 괘씸하기까지 했다. 툭하면 내 일기장을 마구 뒤져보거나, 책상에 올라와서 책을 꺼내보고는 그대로 두고 자기 방으로 가 버리곤 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안드는 것은 예쁘고 값진 샤프나 지우개 등을 사주면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렇게 예쁜 팔찌를 사주어도 또 잃어버리겠지?’ 잠시 동안 나는 갈등을 했다. 내 것만 샀다 해도 정은이가 할 말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내가 아팠을 때 정은이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옆에서 위로를 해주고, 나를 위해 기도도 많이 해준 정은이, 내 병이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정은이를 보면서 내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는데…. 정말 고마운 동생이었는데…. 그리고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라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스럽지 않은가. 나는 마침내 결심하고 아주머니께 물었다. “한 개 얼마예요?” “500원이다.” “이거 두개 주세요.” 정은이 것은 파랑색 강아지 팔찌였고 내 것은 하얀색 강아지 모양으로 골랐다. 즐거운 마음으로 방글방글 웃으며 동생에게 팔찌를 주었다. 정은이는 얼마나 좋았던지 폴짝폴짝 뛰면서 고맙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사주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마디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잃어버리지 마, 알았지?” 동생은 당연하다는 듯이 안 잃어버리겠다고 나에게 큰 소리로 대답했다. 시원시원한 대답을 들으니 불안했던 마음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나는 내 자매 팔찌를 차고 보석상자를 구경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거기에는 동생에게 준 팔찌가 줄이 엉켜진 채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게 아닌가!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나는 그냥 보석상자 뚜껑을 닫았다. 언젠가는 정은이가 엉킨 줄을 풀고 다시 차고 다닐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어원정(서울 명원교 6-보람)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어린이동아에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어린이동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권지단
한미약품
  • 댓글쓰기
  • 로그인
    • 어동1
    • 어동2
    • 어동3
    • 어동4
    • 어솜1
    • 어솜2
    • 어솜3

※ 상업적인 댓글 및 도배성 댓글, 욕설이나 비방하는 댓글을 올릴 경우 임의 삭제 조치됩니다.

더보기

NIE 예시 답안
시사원정대
  • 단행본 배너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