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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 문예상 후보작품/산문]가짜 엄마가 된 하루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1-03-19 17: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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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는 보이지 않고 편지 한 장만 달랑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은진아, 엄마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나간단다. 늦게 올지 모르니까 식탁 위에 있는 돈으로 오빠하고 저녁 사먹어라. 그리고 청소와 설거지도 부탁해. 미안! 엄마 다녀올게.” 엄마의 편지를 읽고 난 나는 잠시 당황했다. 엄마가 따뜻한 밥을 해놓고 나를 기다려 주실줄 알고 막 뛰어 왔는데 말이다. ‘치,이게 뭐람. 춥고 배도 고픈데….’ 나는 잠시 투덜거리다가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사러 김밥집으로 갔다. 김밥이 가장 먹기 편할 것 같아서 김밥을 사서 오빠와 둘이 나눠 먹었다. 배고픈 것을 해결하고 나니 다음은 청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청소를 해야 하다니…. 그런데 그 때 엄마가 일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청소기를 돌리기 전에 설거지부터 하시던 모습 말이다. 나는 얼른 부엌을 살펴보았다. 점심때부터 사용했던 그릇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앞치마를 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그 다음 고무장갑을 꼈다. 수세미에 세제를 묻히고 그릇을 닦고 수돗물에 헹구기를 수십차례. 나는 설거지를 완벽하게 하는데도 힘과 시간이 이렇게 많이 드는 줄 몰랐다. 어쩌다 라면 한 개 끓여먹고 씻어 보았던 기억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그릇을 씻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어느새 내 어깨는 추욱 처져 버렸다. 내 마음속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슬금슬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엄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신거야?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 알고나 있을까?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바꿨다. 평소에 엄마는 봉사활동을 열심히 다니시기도 했으니까 오늘도 장애인 언니들을 도우러 가셨을지 모른다고. 아니면 엄마와 가장 친한 친구분이 아파서 도와주러 가셨을 거라고. 그래서 나는 다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아! 청소기를 돌려야지.’ 위이잉∼. 소리를 내는 청소기를 들고 먼지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구석구석 밀고 다녔다. 청소를 끝내고 나니 내 이마에는 땀이 맺혔고 시들어 버린 꽃처럼 온 몸의 기운이 빠져 버렸다. “아, 힘들어. 이런 일을 엄마는 매일 하셨구나.” 내가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어쩌면 엄마의 마음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강아지를 껴안았다. 한 쪽 구석에서 내가 챙겨준 밥을 다 먹고 또록또록 눈알을 굴리며 나를 쳐다보는 강아지를 안고 나는 투정을 부렸다. “아가야, 나는 오늘 가짜 엄마가 되었어. 진짜 엄마는 어디갔지? 아이고, 가짜 엄만 청소만 해도 이렇게 힘들고 기운이 쏘옥 빠지는데 진짜 엄만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치?”내 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면서 강아지는 고분고분한 자세로 내 품에 안겨있었다. 강아지의 털은 보드랍고 따뜻하지만 반대로 엄마의 손을 이번 겨울에 더 거칠어졌겠지? 추운 날씨에도 우리들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신 엄마. 나는 엄마의 거칠어진 손을 떠올리며 작은 결심을 했다. ‘비록 엄마의 일을 대신해서 모두 다 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도와드려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착한 딸이 되어 드려야겠다.’ 우은진(서울 대명교 6-4)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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