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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예상 후보작품/산문]설거지
  • 어린이동아 취재팀
  • 2000-05-15 15: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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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상 후보작/산문]설거지

와! 오늘은 신나는 토요일. 우리반 친구들은 11시 30분쯤부터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 전에는 짧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오늘은 왜 이렇게 길고 지루한지 나도 연방 하품을 해댔다. 그러다가 선생님의 따가운 눈초리에 재빠르게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어둑어둑한 교실에서 빠리 밖으로 나가 뛰어놀고 싶은 생각 뿐 이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는 12시가 되자 책상도 의자도 신이 나서 삐걱삐걱 떠들어 대고 아이들도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했다. “자, 오늘의 숙제는 설거지하고 일기쓰기!” 선생님 말씀에 시끄럽게 떠들던 아이들이 우우! 하고 한층 더 소리를 높였다. “남자가 설거지를 어떻게 해요?” 특히 남자애들은 더 투덜거렸다. “장가가서 부인한테 사랑 받으려면 설거지도 잘 해야 돼”하시며 선생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셨다. 우리 반 선생님께서는 토요일마다 요술쟁이가 되셔서 우리들을 1일 가정부로 만들어 주신다. 어떤 날은 실내화 빨기, 어떤 날은 화장실 청소, 엄마께서는 참 선생님을 잘 만났다며 좋아하시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교과서 숙제 보다는 휴일에는 가족과 함께 나들이도 가고 맘껏 뛰어노는 것이 좋다고 말씀 하셨었는데…. 어쨌든 설거지라는 말에 사실 속이 뜨끔했다. 나는 설거지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었고 저번에는 설거지를 한답시고 손에 물을 묻혔다가 그릇을 두 개난 깨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거지를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고 설거지를 잘 해서 맨날 털털하다, 정리정돈도 못한다, 잔소리만 하시는 엄마를 놀라게 해 드리고 싶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엄마께 자신있게 말씀 드렸다. 모처럼 존댓말까지 써 가면서 말이다. “오늘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엄마께서는 가뜩이나 큰 눈을 동그랗게 뜨시며 “우리 딸이 웬일이야”하고 기뻐하셨다. 앞치마를 입고 고무장갑을 끼고 폼을 잡으니까 내가 엄마가 된 것 같았다. 수세미에 주방용 세제를 묻혀 그릇을 닦기 시작했다.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 어떤 것부터 닦아야 하는지 몰라 아무거나 집어서 닦았다. 금방 싱크대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 거품으로 가득찼고 고무장갑 낀 손으로 그릇을 집으니 미끄러워서 접시를 깨뜨릴 뻔 하기도 했다. 물을 계속 헹구었지만, 거품은 잘 없어지지 않았고 씽크대 바닥으로 물이 넘쳐서 엉망이 되었다. 다 먹고 난 식탁 위는 음식 찌꺼기로 지저분했고 쓰레기 봉투도 가득 차 있는 걸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엄마는 빨리빨리 잘 하셨는데….’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설거지가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팔도 아프고 다리고 아팠지만 겨우 설거지를 끝내고 엄마께 다 했다고 말씀 드렸더니, 엄마께선 수고했다면 내 엉덩이를 톡톡 두드려 주셨다. 그리고는 행주를 다시 빨아서 싱크대도 닦고 식탁도 닦고 그릇도 가지런히 정리하셨다. 내가 설거지를 잘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조금만 일해도 힘든데 매일매일 일하시는 엄마는 얼마나 힘이 들까? 항상 깨끗하고 정돈된 우리 집에 뒤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엄마의 숨은 정성이 있었구엄마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가슴이 뭉클해졌고 공무원이신 친구의 어머니와 비교하며 불평만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그리고 숙제를 내 주신 선생님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설거지를 못한 걸 알면서도 수고했다며 칭찬 해준 엄마께 새삼 감사드렸다.나! ‘엄마, 사랑해요.’ 심우연(인천 상인천교 5-6) 어린이동아 취재팀 kid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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